방사광가속기 입지의 관건은 `산업·연구 지원'이다
방사광가속기 입지의 관건은 `산업·연구 지원'이다
  • 노근호 충북지식산업진흥원장
  • 승인 2020.04.16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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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노근호 충북지식산업진흥원장
노근호 충북지식산업진흥원장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유치를 위한 광역지자체 간 경쟁이 더욱 가열되고 있다. 1조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국책사업이기 때문이다. 충북 청주를 비롯해 전남 나주, 강원 춘천, 경북 포항이 공모 의향서를 제출하면서 4파전으로 압축됐다. 이들 지자체는 방사광가속기 유치를 위해 소리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지나친 과열로 인해 불필요한 논란이 야기되는 것은 유감이다. 정부가 제시한 후보지 선정 평가 기준을 두고 각 지역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한 답변으로서 부지선정 기준은 전문적이고 독립적인 `부지선정평가위원회'를 통해 마련되었으며, 2020년 3월 설문조사 결과 `가속기 이용 시 교통 접근성(41.3%)'이 가장 주요한 요인으로 꼽혔다고 밝혔다. 기술 및 운영 관련 사항에 대해서는 별도의 `개념연구'가 진행 중이며 부지면적은 방사광가속기 사양과 규모를 감안하여 최소한으로 제시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난달 27일 공고문에도 `산업지원 및 선도적 기초·원천연구 지원을 위한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자칫 이 같은 소모적 논쟁이 국가 정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가 필요하다.

전 세계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심각한 경기침체에 봉착해 있다. 글로벌 지식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BC를 `코로나 이전(Before Corona)', AC를 `코로나 이후(After Corona)'로 칭하며 세계가 코로나19 사태를 기준으로 나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코로나19가 세계 질서를 영구히 바꿀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 경제 시스템의 리셋(전면적 재편)이 임박했다는 신호가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바이오헬스, 지능형 반도체, 자율차, 인공지능, 로봇 등 신산업의 혁신역량 강화가 늦춰질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촉발된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된 상황에서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특히 소재 분야는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기획 단계부터 대기업과 긴밀히 연계하는 수요-공급체계 확보가 중요하다. 마이크로소프트사(MS)의 창업자 빌 게이츠가 인정한 코로나19 대응 모범국가답게 선제적 신약(치료제·백신) 개발을 통해 바이오헬스산업의 일등 국가로 조기 등극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되는 시점이다.

그간의 노동 집약적 산업과 제품군에 의존해서 조립가공·수출하는 산업정책을 버리고 기술기업 중심의 고부가가치 산업육성으로 신속히 전환해야 한다. 체질 개선을 토대로 한 경쟁력 강화만이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 변화에서 생존하는 길이다.

이 모든 것을 위해서는 산업 및 선도적 기초·원천연구를 지원하는 방사광가속기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경북 포항의 3·4세대 가속기는 시설 용량 한계, 장비 노후화 등으로 연구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세계 경제 흐름에 재빨리 대처할 수 있도록 시급성을 우선하고 수요자 중심의 접근성(교통 편의성)과 자원 활용성(연관 산업 집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부지 평가 항목 및 기준에서 입지 조건의 비중(50%)이 높은 것은 타당한 접근이다. 절체절명의 국가 정책 목표가 정치 논리에 휘둘려서는 절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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