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시민교육
독일의 시민교육
  •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20.04.15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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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작년 11월 시민교육 체제와 사례를 공부하기 위해 독일 출장을 다녀왔다.

실제 독일 연방정치교육원에서는 교사 등 정치교육에 종사하는 사람, 저널리스트 등 오피니언 리더, 어린이와 청소년, 소외된 학습자 등을 위한 정치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그들의 핵심 목표는 모두가 손쉽게 정치 관련 정보와 자료를 얻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연방정치교육원에서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선거 교육을 위해 사용되는 PC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인 `Wahl-O-Mat'였다.

이 앱은 어느 정당이나 정치 단체에 투표권을 행사할 것인지를 조언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각 정당이나 정치 단체의 정책 방향을 일람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선 앱에는 정당과 정치 단체가 정당의 목적, 정책 방향을 입력해 두게 되고, 이 입력이 끝난 후 이용자 사용이 허가된다.

앱에 접속한 이용자는 30~50개 정도의 진술문, 예를 들면 `EU는 CO2 배출량 감축 목표를 더 높게 설정해야 한다'는 등의 문장에 동의, 중립, 부동의의 입장을 선택하게 된다.

모든 진술문에 대한 입장 표시가 완료되면 앱은 사용자의 의견과 가장 적합한 여러 개의 정당을 추천하며, 각 당의 정책과 방향을 바로 비교할 수 있도록 클릭과 동시에 추가 자료도 제공한다.

이 앱의 장점은 선거를 처음 접하는 유권자나 정당이나 정치 단체의 자료를 자세히 검토할 수 없는 유권자에게 짧은 시간 안에 여러 정당을 검토할 수 있는 기회가 준다는 데 있다.

실제로 이 앱은 매우 인기 있는 앱 중의 하나인데, 사용이 편리하고, 손쉽게 정당 간 정책을 비교하며, 자신의 의견과 매칭해볼 수 있다는 것이 그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또 하나 연방정치교육원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것 중의 하나는 극단의 생각을 막는 데 있었다.

독일은 1960년대 후반 보수와 진보의 정치적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면서 사민당과 기민당 간의 논쟁과 대립이 극에 달했다.

그 결과 정치 교과 교육내용이나 입장이 주 정부의 정치 성향에 따라 달라지는 상황마저도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방정치교육원과 주 정치교육원은 정치교육이 도구화되는 것을 막고 이념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본질적 방안을 모색하게 된다.

그 모색의 결과로 나타난 것이 바로 보이텔스바흐 합의다.

보이텔스바흐 합의 원칙 세 가지는 이렇다.

첫째, 강압금지, 바람직한 견해라는 이유로 학생들에게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고 독자적인 판단을 방해하는 것은 용인되지 않는다. 이 원칙은 주입식교육금지 원칙이라고도 한다.

둘째, 논쟁의 투명성, 학문과 정치에서 논쟁적인 것은 수업에서도 논쟁적인 사안으로 다루어져야 하며, 이때 투명성의 원칙을 강조하는 이유는 상이한 입장들이 균형적으로 고려되지 않고 선택권을 주지 않거나, 대안들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으면 세뇌나 교화로 빠져들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셋째, 수요자 지향성, 학생은 정치적 상황과 자신의 개인적 관심에 대해 분석하는 능력을 갖춰야 하며, 자신의 현재 상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을 찾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아무리 학습자라도 학생의 분석능력과 학생의 관심은 존중받아야 한다.

국회의원 선거를 마쳤다.

이번 선거는 작년 12월 선거권 연령 기준을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바꾼 공직선거법이 통과된 이후 치르는 첫 총선으로 청소년이 처음으로 투표하는 역사적인 선거였다.

선거 교육에 대한 방향과 방법은 여러 면에서 치열한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시민으로서 투표권을 행사하기 위한 기초적인 교육은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정치 특히 투표는 시민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자 의무다.

선거가 끝난 지금이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는 건강한 정치교육을 위한 첫발을 내디딜 바로 그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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