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당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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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영호 시인
  • 승인 2020.04.02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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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論
반영호 시인
반영호 시인

 

물, 바람, 여자가 많은 섬이라 해서 삼다도(三多島)라는 별칭이 있는 제주도처럼 우리 농장에도 3가지가 많다. 물과 바람, 돌이다. 어딜 파도 물이 콸콸 솟는가 하면, 언덕 위라서 바람이 엄청 세며 돌이 지천이다. 기존 완전히 조성된 밭이 아니므로 할 일이 태산이다. 돌 골라내는데 만도 한 달이 걸렸으나 아직도 돌이 많다. 또한 물길을 돌리고자 도랑을 파고 흄관을 묻었지만, 아직도 곳곳에 건수가 터진다. 물과 돌은 인력으로 하면 웬만큼 처리할 수 있으나 바람을 막을 길은 없다.

컨테이너를 가져다 놓기는 했어도 전기가 들어올 것을 감안해 자가수를 위한 관정을 파야 하고 화장실도 만들어야 한다. 가설로 만들어 주긴 했지만, 부실하기 짝이 없는 토끼장과 닭장을 새로 만들자면 그 또한 여간 손길이 필요한 게 아니다. 일철은 곧 다가오고 마음만 바쁘다. 이제껏 책상에 앉아 하는 일만 해왔던 나는 올봄 이런저런 일들을 하면서 평생 흘린 땀보다도 많은 땀을 흘렸다.

5월 말이면 있는 우리 음성지역의 대축제인 품바축제도 연기됐다. 4월 6일 개학하기로 미뤘던 학교 개학도 또 연기됐고 각종 모임, 회의 등 집회도 취소 또는 연기됐다. 코로나 때문이다. 농장에 가는 일은 요즘 전 세계적으로 퍼지는 코로나를 멀리하는 길이기도 하다. 모두 거리두기를 하는 이때 농장에 나가는 일은 좋은 도피이기도 하다. 손발이 터지고 허리가 아파 보기는 처음이다. 하지만, 오늘도 농장으로 향하는 내 발걸음은 가볍다.

사람들이 모이는 모든 일들이 취소 또는 연기됐지만 곧 있을 4. 15총선만은 연기된다거나 취소한다는 소식은 들어보지 못했다. 더 웃기지도 않은 일은 이번 선거의 개표를 손으로 한다는 말에 기가 찼다. 범죄결사체로 밖에 볼 수 없는 비례 위성정당의 출현 때문이 아닌가 싶다. 유권자들은 자그마치 51.9㎝에 달하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선거 투표용지를 받아들게 될 전망이란다. 현재 투표용지 개표기는 34.9cm까지만 분류기 사용 가능하다. 지역구 후보자와 지지 정당에 각각 기표하는 정당명부식 `1인 2표제'가 도입된 2004년 17대 총선 이래 역대 최장이다.

총선 후보자 등록 마감일인 2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비례대표 선거에 참여 의사를 밝힌 정당은 총 38개다. 더불어민주당이 참여하는 비례 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비롯해 민생당, 정의당 등이 포함됐다. 선관위에 따르면 정당의 개수가 18~22개일 경우 기표란 높이는 1.0㎝, 후보자 사이의 구분 칸은 0.3㎝를 적용해 투표용지를 작성한다. 하지만 정당 수가 23개를 넘어가게 되면 투표용지가 너무 길어지는 것을 막도록 구분 칸을 0.2㎝로 줄이게 된다. 선관위 심사 결과 총 38개 정당 참여가 확정되면 이번 총선에서는 기표란과 구분 칸, 위아래 여백 6.5㎝를 포함해 총 51.9㎝가 되는 것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는 특히 정당득표가 정당의석의 담보가 되는데, 정당득표율에서의 정당 지분은 45석 정도이고 나머지 60석은 무담보의 과잉의석이 된다. 여기서 위성본당이 위성정당에 정당투표를 아예 넘기려는 불순한 의도로 비례대표를 내지 않는다면, 즉 건전한 유권자의 공정한 투표권 행사를 강제로 차단한다면 그건 더욱 재선거 사유가 되지 않을까? 아니면 대의민주주의의 국민기본권 조작사건이므로 위성본당 및 위성정당의 해산 사유일까? 어쨌든 위성본당과 위성정당의 민주주의 정통성 상실은 그 자체로 더욱 분명해진다. 몇몇 정당 외에 들어보지도 못했던 정당이 허다하다. 내가 낸 세금으로 이뤄지는 총선.

아침 농장 가는 길에 꽃집을 경영하는 친구에게 들렀다. 마스크 쓰라는 충고를 듣고 차 한 잔을 마시며 코로나 소식과 4. 15총선을 걱정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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