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강국 대한민국, 중견 작가의 삶에도 꽃이 필까
IT강국 대한민국, 중견 작가의 삶에도 꽃이 필까
  • 티안 라폼므현대미술관 미디어아트작가
  • 승인 2020.03.18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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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티안 라폼므 미디어아트작가
티안 라폼므현대미술관 미디어아트작가

 

내가 미디어아트에 발을 들인 지 올해로 20여 년이 지나고, 소위 50대 중반을 향하는 중이라 사람들은 나를 중견작가라 말한다. 나는 한 번도 중견 작가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언제나 신진작가라는 생각으로 작업을 해왔으며 지금도 마찬가지다. 특히 뉴미디어아트 작업을 하는 예술가들은 공감할 것이다. 미디어아트에서 예술가와 과학자는 하나로 융합된다. 나와 같은 융복합 예술 장르인 뉴미디어 아티스트는 회화 미술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각종 디지털기기와 컴퓨터소프트웨어 응용 및 능동적 프로그래밍을 통해 아름다운 이미지와 영상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예술가들은 필연적으로 기술적인 지식과 논리적 사고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전통적인 순수예술을 하는 예술가들에 비해 과학자들과 보다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예술은 과학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것들을 펼쳐보이고, 예술에 영감을 받은 과학은 인공지능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며 작곡을 한다. 오늘날의 아티스트들은 예술가인 동시에 과학자이기도 하며, 생물학과 컴퓨터공학, 디자인과 건축학을 넘나들며 작품 활동을 한다. 이제 예술과 미학의 개념도 변할 것이며 우리가 알고 있는 형태의 예술, 과학, 기술은 서로 융합돼 다른 형태의 문화예술로 탄생할 것이다. 그런데도 당연하다는 듯이 보통 20~30대는 신진작가, 40~50대는 중견작가, 60~70대 이상이면 원로작가라 칭한다.

문화예술의 유행과 사조가 급변하는 현시대의 미술계에서 자신이 추구하는 작품세계와 무관하게 신체 나이로 끊어 분류되는 것이 나로서는 불편하다. 인생의 한복판에 선 지금은 작가로서 청년이었던 시절보다 더 과감하고 열정적 욕망으로 나와 세상의 긍정적 변화를 만들기 위한 매일 매일을 보내고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중견으로 불리는 40대 중반부터는 예술적 열정과 함께 생계라는 삶의 무게가 더 무겁게 느껴지는 시기다. 생계와 작가적 고민이 동시에 닥치는 이 시기의 중견 작가들은 한국 미술계의 허리를 받치고 있지만, 신인이나 원로에 관한 관심과 주목에 비하면 초라하다. 작년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지원만 봐도 40대 이하 신진 작가를 위한 프로그램은 4개가 있었지만, 중견 작가만을 위한 프로그램은 따로 없었다.

국·공립 미술관 및 각종 공모전 등을 살펴봐도 청년 작가 대상 공모나 전시, 지원 프로그램에 비해 40대 중반~ 50대 작가 대상은 4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 각종 지원 제도나 전시대상에서 중견 작가들을 소홀히 하는 것은 우리 미술계의 맹점이 아닐까? 가수 오승근의 노랫말이 떠오른다.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에 나이가 있나요, 세월아 비켜라, 작업(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새로운 감각의 지각예술인 반응형 뉴미디어아트 작업은 설치미술과 디지털 인스톨레이션기술이 결합되고 이를 위해 컴퓨터. 인터넷 게임, 애니메이션, 증강현실, 인공지능 등의 프로그래밍을 활용한다. 관람객과 상호작용하는 반응형 뉴미디어아트 작업을 위해 매일 적용 가능한 새로운 디지털 재료를 연구 중인 나는? 난 50대 뉴미디어아트 중견 작가이자 신진 작가다. 융복합예술장르가 내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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