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MUST COME BACK 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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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석범 진천이월중 교감
  • 승인 2020.03.11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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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강석범 진천이월중 교감
강석범 진천이월중 교감

 

대한민국 가요계에 한 시대를 풍미했다 사라진 가수들을 소환하는 공중파 TV 프로그램 `슈가맨'은 얼마 전 종영을 했지만 최고 인기프로그램 중 하나였습니다.

특히 미국에서 레스토랑 서빙 일을 하다가 소환된 가수 양준일은 방송 후 신드롬에 가까운 화제를 몰고 왔습니다. 내게도 양준일의 `리베카~ 나 혼자 간직하고~'라는 히트곡 후렴구 한 구절만큼은 제대로 소환해 주었습니다.

추억의 가수를 소환하면서 개인적으로 나는 `서태지와 아이들'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1992년 봄 공중파 TV 연예프로그램에서 평론가들의 혹평을 받으며 `난 알아요'로 데뷔한 서태지와 아이들은 당시로써는 파격적인 댄스와 랩으로 모든 이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습니다.

당시 시골 중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었던 나는 버스로 장거리 출퇴근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침 일찍 버스에 올랐는데 라디오 방송에서 전날 TV에서 나왔던 서태지와 아이들의 곡이 흘러나왔습니다.

공식발표 하루도 지나지 않아 라디오방송을 탔던 것입니다.

물론 우리 반 아이들도 그날 아침부터 난리가 났습니다. `난 알아요~'를 흥얼거리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10대들의 열광적인 환영을 받으며 그들의 우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당시 발라드와 트로트가 지배하던 한국 대중음악을 데뷔앨범 한 장으로 댄스뮤직이 지배하는 10대들의 세상으로 바꿔버렸으니 그들은 대한민국 대중음악사를 자신들의 이전과 이후로 구분 짓는 대형 사고를 쳤던 것입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1950년대부터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국내에서 생산된 각 분야 모든 상품을 대상으로 전문가 집단에 의뢰해 분석한 `한국의 역대 최고히트상품'이란 보고서에서도 서태지와 아이들의 음반이 압도적 1위로 선정됐다고 합니다.

고등학교 중퇴와 데뷔전 이미 유명 헤비메탈 밴드의 멤버로 활동했던 리더 서태지의 반골 기질은 기성세대에 대한 이유 없는 반항을 품고 있던 10대들과 음악으로 소통이 가능했습니다.

그들의 3집 `교실이데아', 4집 `컴백홈'은 당시 입시 지옥에 찌들어 가정과 학교생활에 기가 죽은 대한민국 청소년들을 열광시켰습니다.

특히 뉴 메탈 색채를 강하게 드러낸 교실 이데아는 `됐어 됐어 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어'와 같은 노랫말로 교육 현실을 직설적으로 꼬집으면서 10대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고, 기존의 사랑 타령에서 벗어나 통일문제나 획일적 교육에 대한 비판을 담은 가사를 통해 서태지는 청소년들의 정신적 지주로 군림했습니다.

더 놀랄 일은 `Come Back Home'노래를 듣고 많은 가출 청소년들이 노랫말처럼 새로운 희망을 안고 집으로 돌아갔다는 사실입니다. 당시 담임이었던 나도 그 노래 덕에 장기 가출 학생 한 아이를 가정과 학교로 무사히 데려올 수 있었으니 아직도 그 생각만 하면 온몸에 전율이 돋습니다.

한동안 봄, 가을 소풍 장기자랑 시간에는 온통 서태지와 아이들 노래에 맞춰 댄스 타임이 열리곤 했습니다.

시골 학교 소풍이라야 근처 강가의 자갈밭이 전부였지만 그 자갈밭에서 무수히도 발바닥을 비벼대던 아이들의 발길이 그리워집니다. 오늘 나는 그들 모두를 기억에서 소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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