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기에도 봄은 온다
혹한기에도 봄은 온다
  • 전영순 문학평론가·칼럼니스트
  • 승인 2020.02.0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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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전영순 문학평론가·칼럼니스트
전영순 문학평론가·칼럼니스트

 

두 눈만 빼꼼히 드러낸 모습에서 현실의 사태가 어떤지 알 수 있다. 지구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몸살을 앓자 급기야 세계보건기구(WHO)가 비상상태를 선포했다. 주고받는 인사에도 긴장이 맴돈다. 마스크가 가면 아닌 가면, 장애물로 등장했다. 아직은 외출을 금지할 정도로 빨간불이 켜진 것은 아니다. 설마 지구별에서 방독면을 쓰고 사는 날은 없겠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뉴스는 어느 화젯거리보다 뜨겁다. 날씨마저 영하로 떨어져 우리의 몸과 마음을 사리게 하는 요즘, 주가지수가 늘어나는 사망자 수나 확진자 수보다 상승하면 얼마나 좋을까. 일정한 지역에서 맴돌다가 잠잠해지는 소문과 달리 국경을 넘나들며 확산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은근히 신경이 쓰인다.

6일 현재 국내에서 23번째 감염증 확진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보아 얼마나 더 늘어날지 알 수 없다. 역학조사까지 실시하고 있으나 무색, 무취, 무향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현재로서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 정부와 지역 기관에서 각별히 예의주시하며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애쓰나 국민의 불안은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돌림병의 창궐로 속수무책이었던 예전에 비교해 발달한 의술에 기대어본다.

주위는 온통 이번 사태로 난리다. 연초라 학교나 기관, 단체별로 행사가 취소되거나 간소하게 하는가 하면 어쩔 수 없이 진행하는 행사장에는 악수를 피하고 손가락으로 하트를 만들어 인사하는 진풍경이 등장했다. 친구 하나는 지나치다 할 정도로 당분간 외출을 금한다고 통보가 왔다. 아직은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몇몇 외에는 일상과 다르지 않게 생활하는 사람이 많다. 집 안에 있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 같아 지인과 산책 겸 거리로 나갔다. 예전과 달리 한산한 거리에 철두철미하게 단도리한 사람들이 가끔 눈에 띈다. 거리를 배회하다가 빵집에 들어갔다.

점원이 계산대에서 지루하게 앉아 있다가 우리가 들어가니 반색을 한다. 진열된 빵이 질서 정연하게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사람들이 얼마나 다녀갔는지를 지레짐작이 간다. 빵 가게에 들어오는 사람은 고사하고 거리에 다니는 사람들도 하루가 다르게 줄어들고 있다. 어떤 빵 가게는 오후가 되면 50%로 할인해 팔기도 한다. 평상시 이 시간이면 제법 시끌벅적한 빵집이었는데, 1시간가량 머물다 나왔는데 한 사람도 들어오지 않았다.

오는 길에 떡볶이집에 들렀다. 주인과 점원이 앉아 있다가 벌떡 일어난다. 손님이 없으니 지루했던 모양이다. 배가 부른 터라 떡볶이만 시킨 것이 두 사람의 노곤한 시간을 깨우기에는 부족한 것 같아 은근히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쫀득한 떡볶이를 먹고 꽈배기 집에 들렀다. 함께 나선 지인이 평상시와는 달리 많이 먹는 것을 보고 의아해한다. 오늘은 마음먹고 이 가게 저 가게 들러 동네 소소한 일들을 살펴보려고 마음먹었기에 웃어넘겼다. 빈 가게를 보면 마음 한켠에 찬바람이 돌기도 한다. 가뜩이나 동네 초입에 전자제품 상가가 이사해 마음이 짠하다.

겨울 날씨답지 않게 온화했던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까지 우리의 경제를 마비시켜 추위에 떨게 한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지만, 어려운 난국이 어디까지 미칠지 의문이다. 예측할 수 없는 재앙 앞에 우리는 각자 맡은 일에 충실하며 슬기롭게 대처해 나가는 길이 최선일 거다. 너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에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 유럽에서 동양인을 꺼리는 현상까지 일어나는 것을 보면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답이 나올 것이다. 따뜻한 새봄이 오듯 우리네 마을에도 따뜻한 봄이 오기를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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