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디즈니로 출근합니다
오늘도 나는 디즈니로 출근합니다
  • 하은아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 승인 2020.01.20 2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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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하은아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하은아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2004년 더운 여름날이 나의 첫 출근 날이었다. 모든 것이 새롭고 배워야 할 것들 투성이었다. 한두 달이 지나가고 익숙해진 패턴대로 일을 처리하면서 함께 근무하는 동료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적어도 15년 이상 이 길을 걸어온 사람들이었다. 그들을 보면서 과연 나는 십 년 넘도록 같은 일을 반복적으로 하면서 이 자리를 버텨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20대의 나에겐 무척이나 따분하고 지루한 일인 것처럼 느껴졌다.

나의 그런 생각을 비웃듯이 녹록하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익숙해질 만하면 시스템은 바뀌었고 업무는 늘 새로운 시각과 방법을 요구했으며, 최신의 트랜드를 공부해서 반영해야만 했다. 내가 15년 전에 바라봤던 나의 동료도 그러한 치열함과 새로움을 견뎌냈던 것이다. 섣부른 판단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십여 년 전의 철없던 나의 모습이 이 책 `오늘도 나는 디즈니로 출근합니다'(김미란 저·2020·시월)를 읽으면서 생각이 났다. 한 분야에서 10년 넘게 일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아는 철든 어른이 이제야 된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디즈니에서 미키마우스를 그린다. 만약 우리가 미키마우스 캐릭터가 그려진 물건을 가지고 있다면 그녀가 그려서 탄생한 물건이었을 확률이 높다. 그녀는 한국에서 이른바 공대생이었다. 정규 미술교육 이외에 미술을 따로 배워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런 그녀가 그림을 그리는 아티스트가 되었다. 그의 그런 독특한 이력이 이 책을 읽게 만들었다.

그녀는 정말 열심히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남들 자고 놀고 즐길 시간에 오로지 그림만 그리고 생각했다. 그런 노력으로 워너브라더스를 거쳐 디즈니에서 12년째 일하고 있을 수 있었다고 그녀는 말했다. 그녀는 지금도 여유시간이 생기면 개인 작업을 한다. 스케치를 하거나 유화를 그리고 자신만의 무언가를 만들어 내고 있다. 캐릭터 디자이너에서 아티스트로 그녀는 거듭나고 있는 것이었다.

그녀의 삶을 엿보면서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어요.”라고 말하는 수능 만점자의 인터뷰가 생각났다. 그녀는 누구나 아는 그 방법으로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해낸 결과 그 자리에 올랐던 것이다.

나는 과연 그만큼의 열정을 쏟은 적이 있었을까?

그녀가 살아온 방법은 교과서 같기도 하고 마치 우리 엄마의 말 같다. “공부만 열심히 해봐! 다른 것은 신경 쓸 것 없다.” 이 말이 귓가를 맴도는 기분이다. 이 교과서적인 일을 해낸 저자의 의지와 열정이 대단할 뿐이다.

그런 열정으로 힘듦을 감내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았기 때문이다. 나는 찾은 것일까? 그런 열정을 감내한 결과인 걸까? 앞으로 어떻게 무엇을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걸까? 삶의 방향에 대하여 고민이 많아지게 하는 책이다.

오늘보다 더 멋진 내일의 내가 되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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