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을 맞이하며 `꼰대'이완용을 생각한다
2020년을 맞이하며 `꼰대'이완용을 생각한다
  • 김명철 청주 현도중 교장
  • 승인 2019.12.30 19: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북 역사기행
김명철 청주 현도중 교장
김명철 청주 현도중 교장

 

조상들은 조선 조정에서 고관을 역임했고, 성종 때의 청백리도 배출했다. 10살 때 당대 정계의 거물인 친척집으로 양자로 입양되었고, 25살 때 과거 별시에 병과 18등으로 급제한 후 주서(정7품)가 됐다. 28살 되던 1886년에는 조선 최초의 근대적 관료들의 교육기관이었던 육영공원에 입학해 영어, 과학, 경제학 등의 근대식 교육을 받으면서 신문물을 접했고, 세자시강원(정3품)이 되어 왕세자 순종의 스승이 되었다. 당시 근대화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신세대 인재로서 고종의 인정을 받아 정3품 당상관에 오르기까지 5년도 채 걸리지 않았는데 이는 조선 역사를 통틀어 유례없는 고속승진이다.

29살 때인 1988년에는 미국 외교관으로 워싱턴 D.C.에 갔다가 주미대리공사로 승진 후 2년간 미국에서 근무했다. 32살의 나이에 오늘날 차관에 해당하는 공조참판 등 각종 요직을 역임했고 대한제국의 대미협상을 도맡았다. 주한미국공사 알렌의 적극적인 후원도 받았고, 을미사변 이후 고종의 러시아 공사관 피신 `아관파천'을 주도했다. 제국주의 침략이 극심하던 시기에 만민공동회 개최와 독립협회 창립, 그리고 회장으로 활동하며 독립문을 세우는 일에 앞장섰다.

그는 이런 연설을 하여 많은 백성으로부터 박수를 받고 존경을 한몸에 받았다. `독립을 하면 미국처럼 부강한 나라가 될 것이며 만일 조선 인민이 단결하지 못하고 서로 싸우거나 해치려고 하면 구라파의 폴란드라는 나라처럼 남의 종이 될 것이다. 세계사에서 두 본보기가 있는데, 미국처럼 세계 제일의 부강한 나라가 되는 것이나 폴란드 같이 망하는 것 모두가 사람 하기에 달려 있다. 조선 사람들은 미국같이 되기를 바란다.'

이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나라를 팔아먹은 만고의 역적이며 매국노의 상징인 이완용이다. 당대 금수저(?)로 엘리트 코스를 밟았던 인물, 최고의 엘리트로 탁월한 능력으로 국가와 임금, 백성을 위한다는 자기만의 위선과 논리로 침략 세력의 위협 앞에 마침내 나라를 일본에 팔아넘기면서도 나름의 논리와 명분을 내세운 우리 역사의 괴물이 바로 이완용이다.

이완용은 일본으로부터 백작(나중에 후작이 됨)이라는 귀족 작위와 함께 당시 돈 15만원을 대가로 받았고, 죽은 후에는 작위가 손자에까지 이어졌다. 원래 `귀족'을 프랑스어로 `콩테'라고 하는데, 일본식 발음으로 `콘테 -> 꼰대'로 불렸다고 한다. 우리가 `꼰대'라고 비하하는 말의 어원이 바로 이완용과 같은 일제 강점기에 귀족 작위를 받은 친일파 민족 반역자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완용은 시대의 흐름과 부와 권력의 흐름을 알고 처신하는 탁월한 능력의 소유자였다. 그러나 자신의 능력을 국가와 민족, 사회를 위해 사용하지 않고 자신의 안위와 이익에 따라 기회주의적으로 처신한 거짓말쟁이 위선자였다. 뚜렷한 자기성찰도 역사의식도 없는 그저 머리 좋고 똑똑한 이기주의자에게 국가의 미래를 결정짓는 국정을 맡겼으니 나라가 망할 징조였던 셈이다.

2020년은 5천 년 민족사의 비극인 경술국치 110주년이 되는 해이며, 6.25의 비극이 일어난 지 70주년이 된다.

새해에는 개인의 욕망 충족과 이기적인 성공만을 위해 공부하는 이완용 같은 인물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 인류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어진이(賢學)들이 많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