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영웅은 어디에
이 시대 영웅은 어디에
  • 전영순 문학평론가·칼럼니스트
  • 승인 2019.09.26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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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전영순 칼럼니스트
전영순 문학평론가·칼럼니스트

 

살찐 바람과 햇살 한 줌 놓치고 싶지 않은 계절이다. 가슴이 벅차도록 선물로 가득한 가을, 꽃 진 자리에 열매가 속살을 채우고, 나뭇잎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빛을 발하기 위해 치장을 한다. 어느 것 하나 싫은 것 없는 자연과 달리 인간사를 들여다보면 불편해지는 것은 왜일까? 특히 우리의 정치 세계는 어느 때보다 요란하다. 약삭빠른 정치인들은 내년 선거를 위해 물타기, 줄타기로 눈치를 보느라 정신이 없을 거다. 만연해온 정치인들의 밥그릇과 자리 지키기가 순진한 국민은 또 얼마나 물들어 갈지 모르겠다.
가을빛 좋은 날에도 조국 법무부 장관에 관한 사건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든 사건의 결말이야 나겠지만, 사건의 진실 공방을 가리는 과정에서 이념적 갈등이 대두하고 있어 걱정이다. 사건의 본질에 대한 진위는 검찰에 맡기고 결과에 따라 그때 우리가 판단하면 안 될까? 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상태에서 왜 핏대를 세우고 왈가왈부하는지 모르겠다. 내로남불이란 말도 이젠 무색할 정도이다. 인간사에 존재해서는 안 될 이데올로기의 독을 마구잡이로 키우고 있는 시국이다.
정말 어른으로서는 담지 못할 폭언을 SNS상 아무렇지도 않게 올리는 걸 보면 옹호하는 대상에게 되레 반발심이 생긴다. 채근담인지 성경에 나오는 말인지 모르지만,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다. 사건만 가지고 거론한다면, 해결은 간단한데 왜 이념적 갈등으로 몰고 가고 있는지 도대체 영문을 모르겠다. 지금 우리는 조국이라는 한 인물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미래를 위해 부정부패로 얼룩진 비리를 바로잡아 나가야 하는 데 초점을 모아야 한다. 사건의 진위를 밝히려고 하는 게 아니라 마치 당파싸움의 편 가르기에 연명하고 있는 것 같아 동시대에 사는 사람으로서 부끄럽기 짝이 없다. 조각 지식과 욕망으로 얼룩진 시대지만 제발 잘못된 것은 바로잡고 갔으면 좋겠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다. 우리 민족은 무엇이든 마음만 먹으면 오뚝하게 설 수 있는 저력이 있다. 이념적으로 쌍검을 들이댈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향하는 상식 선상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일단 우리는 한발 물러서서 사건이 왜곡되지 않고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다려야 한다. 지켜보는 자세, 또한 선진 국민으로 나아가는 길이다. 검찰 또한 사건이 왜곡되거나 오판되지 않도록 각별히 심의를 기울여 신빙성 있는 결과를 내놔야 할 의무가 있다. 먼저 개인보다는 국가나 인류를 향한 자세가 필요하다. 특정 집단의 이익이나 정치적인 농단으로 어리석은 누를 범해서는 안 된다.
반세기를 산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바라보는 이상적인 세계관은 일본은 한국에 저지른 역사적 만행을 무조건 사죄하고, 남북한은 반드시 통일되어 한국과 북한, 일본이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해 나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이웃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와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다. 자유와 인권이 유린되지 않은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된 민주주의 체제를 희망한다. 이념적 갈등을 해결하기 전에는 앞으로 동족상잔의 아픔보다 더 큰 폭풍이 들이닥칠까 우려된다. 갈등은 좀 더 나은 세계로 나가는 원동력이기에 지금의 난국이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난세를 극복해 보려는 의지로 삭발하는 정치인들을 보며 이참에 전 국민이 삭발하여 ‘한반도를 수도원으로 건설하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지금은 정치적 쇼가 아닌 참된 민주주의를 건설할 시대적 영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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