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 등교, 청소년의 삶 바꾸었을까
9시 등교, 청소년의 삶 바꾸었을까
  •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19.09.1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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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말이 있다. 부지런함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칭찬받을 만한 덕목으로 취급받는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 볼 때, 일찍 일어나는 것이 쉽고 편하다면 그것을 격언으로까지 만들어 새기겠는가? 일찍 일어나는 일은 벌레 아니라 금이 생긴다 해도 쉬운 일은 아닌 모양이다.

큰아이가 고3이던 2014년, 청소년들의 이른 등교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졌었다. 교육감들은 등교시각을 늦추자는 주장을 수용하여 지역에 따라 등교 시각과 적용 시기는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기존보다 늦추었다. 당시 큰아이의 등교 시각도 7시40분에서 30분 정도 늦춰졌었다. 그마저도 더 늦춰져서 최근 청소년들은 대부분 9시에 등교한다.

등교 시각이 늦추어진 지 벌써 만 4년이 넘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청소년, 적절한 수면 시간을 보장받고, 아침 식사도 거르지 않으며, 여유 있는 아침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일까? 또, 아침 9시 등교를 정말 좋아하고 있을까?

2019년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아침식사를 한다는 응답은 2016년 57.7%였으나 2019년 조사에서는 53.1%로 4.6%p 낮아졌고, 적정 수면인 6~8시간을 잔다는 학생은 2019년 71.5%로 2016년에 비해 0.4%p 낮아졌다. 다만 청소년 전체 평균보다는 학령기 청소년인 13~18세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는데, 학령기 청소년의 아침식사 결식률은 2016년 28.8%였는데, 2019년에는 34.2%로 5.4%p 낮아졌다. 이는 전체 청소년의 아침식사 감소폭인 4.6%p보다 큰 것이다. 이런 실태 조사 결과에 근거해서 보면, 등교 시각을 늦춘 것이 정말 아침을 먹게 하는 것인지, 충분한 적정 수면을 누리게 하는 것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 연구와는 조금 다르지만, 독일에서는 청소년 등교 시각과 관련해 흥미로운 연구가 하나 시행됐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교 내 독일인구변화연구센터는 7,700명의 중등학교 9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하여, 6~8교시까지 공부하는 날의 선호하는 수업 시간대를 물었다. 결과는 이랬다. 6교시가 있는 날, 52%의 학생은 8~13시의 수업 시간대를 가장 선호했다. 37%는 9~14시를, 5%는 이보다 늦은 10~15시를 선택했다. 8교시까지 수업이 있는 날은 69%의 학생들이 8~15시를 희망했으며, 약 22%는 9~16시, 약 4%는 10~17시를 선택했다. 연구를 수행한 클록케 교수는 청소년들은 오후의 여가 시간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독일의 연구에서 또 한 가지 재밌었던 것은, 실제 학생들의 생활 리듬과 학생들이 선호하는 등교시간대가 달랐다는 점이다. 응답한 학생의 59%가 자신을 늦잠형으로 보고 했지만, 8교시까지 있는 날 선호하는 등교시간대는 전체 학생의 69%가 아침 8시였다. 이 말은 늦잠은 포기하더라도 오후에 조금 일찍 마치기를 원하거나, 늦잠보다는 공부를 우선시하겠다는 학생들의 가치판단이 있었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늦잠만 원하거나, 해야 할 공부를 가장 뒷전으로 미루는 등 욕망만을 따르는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여러 상황을 고려하고 상황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현명하게 판단한다. 또한 그런 경험을 하는 것이 학교교육이 해야 할 일인지도 모른다. 청소년의 삶을 청소년 스스로 고민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주도성을 부여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여러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그렇다면, 등교 시각 역시 등교 주체인 학생들이 고민하고 가장 적합한 시간을 결정하도록 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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