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을 꿈꾸며
부활을 꿈꾸며
  • 전영순 문학평론가·칼럼니스트
  • 승인 2019.09.05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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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전영순 문학평론가·칼럼니스트
전영순 문학평론가·칼럼니스트

 

신이 17세기 서양에서 죽었다면, 동양사상은 21세기 한국에서 죽었다. 법과 질서가 무너지고 도덕성마저 상실된 이 땅에 우리의 미래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 동방예의지국이라고 공자와 맹자 등 성인들을 앞세워 사상과 도리를 지키며 양심껏 살아온 군자들은 다 어디로 갔나? 맹자는 `부끄러움을 아는 것은 의로움의 극치(羞惡之心 義之端也)이며, 부끄러운 마음이 없으면 인간이 아니다(無羞惡之心 非人也)'고 했다. 부끄러움은 고사하고 짐승의 탈을 쓰고 인수(人獸)들로 만연한 세상이 될까 두렵다. 이기주의자나 기회주의자들이 빠져나간 미꾸라지 자리에 스네이크(snake)가 무법자로 땅과 공중을 오가며 활개를 치는 민담의 세계.

뉴스에서 보도되는 조국 게이트를 섣불리 믿거나 단정 짓는 것은 무리이지만, 현재 사건의 실마리가 하나씩 밝혀지는 정황을 볼 때, 일반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차라리 오보(誤報)였으면 좋겠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기회는 평등해야 하고, 과정은 공정해야 하고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라는 지당한 말이 왜 엄청 낯설어 보이는 세상일까. 부정, 부패, 비리가 제기되면 그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바로 잡아야 하는 게 당연한 이치이다. 하지만 요즘 SNS상에서 올라오는 글을 보면 많은 사람이 분노하는 비리는 덮어두고 특정 인물을 무조건 감싸고 지키자 형이 등장한 것을 보면 이 시대가 낳은 신종 캐릭터가 아닌가 싶다. 개인에 따라 생각의 차이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많은 사람에게 불편하게 한다면 그것 또한 생각해 볼 문제이다. 드러난 부조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을 앞뒤 가리지 않고 거칠게 몰아붙이면 일반인은 되레 반감으로 작용한다. 쥐꼬리만 한 권력을 가지는 사람이 아주 불편한 글을 올려도 피라미들은 사정없이 따라다니며 아부의 댓글을 다는 세상. 자라나는 아이들은 무엇을 보고 배울까. 어쩌다 우리나라가 이 지경까지 왔는지 모르겠다.

대학입시를 앞둔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민감하게 작용하는 것이 대학 입시문제이다. 어느 부모가 자기 자식 좋은 대학에 넣고 싶지 않은 부모가 있겠는가. 밝혀지는 바와 같이 편법으로 이루어진 논문이나 위조된 상장이 정당하다고 한다면 앞으로 한국의 교육은 위선으로 무장한 나라로 추락하고 말 것이다. 그래도 개미처럼 소처럼 성실히 일하는 사람들이 있어 세상은 비틀거리면서도 균형을 잡으려고 애쓴다.

사담이지만 일벌레 남자를 만나 아이들과 놀러 한 번 가 보지 못하고 원수같이 싸우며 살다 보니 아이들은 성장해 모두 집을 떠났고, 어느덧 중년 고개를 넘고 있다. 조민 장학금 문제를 접하면서 셋째 아이가 던진 말이 생각난다. 공부 못하는 아이를 둔 엄마들이 `우리 아이는 참 착하다'라는 말, 내가 하고 싶은 딱 그 말이다. 항상 싱글벙글하며 사는 아이를 나는 눈물 나도록 사랑한다. 어느 날 내 어깨를 툭툭 치더니 자랑스러운 듯 방그레 웃으며 “엄마, 나 장학금 받아 엄마한테 효도할게”했다. 자신 있냐고 물으니까 자신 있단다. 무슨 장학금인가 했더니 다자녀 가족에게 주는 장학금이란다. 확실한 장학금을 한 학기가 지나도 아무 얘기가 없어, “우리 아들 공부가 시원찮냐 왜 장학금이 없어”했더니 아버지 직장과 소득 때문에 받을 수 없다며 엄청 미안해한다. 다자녀에 주는 장학금마저 물 건너갔으니 얼마나 상심이 컸을까?

입시 설명회 한 번 가 본 적이 없어 미안해하면 아이는 그런데 쫓아다니는 엄마들을 이해 못 하겠단다. 1% 천재가 아닌 이상, 아이가 좋아하는 일 하며 살게 그냥 지켜보기로 했다. 내 자식 잘되자고 실력 있는 남의 자식까지 망치는 세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건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지금이야말로 우리는 神도 공자도 맹자도 불러들여 축배의 잔을 들어야 한다. 우리의 미래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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