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인생 60년, 전예근 자문위원(2)
사진인생 60년, 전예근 자문위원(2)
  • 정인영 사진가
  • 승인 2019.08.26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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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를 말하다
정인영 사진가
정인영 사진가

 

전예근은 어린이의 사진 속에서 풍부한 시정과 리듬감, 적당하게 절제된 질서 속에 아름다운 색채의 하모니를 이루고자 노력했다고 말한다. 그가 깊은 서랍 속에서 찾아낸 옛 사진들을 보면서 역시 문학적 울림으로 가득 찬 사진 속에서 우리가 어릴 적 어른들에게 밤늦게까지 들었던 옛이야기처럼 친숙함과 정겨움, 그리고 그리움의 정서를 일깨울 수 있었다.

1968년 9월 그는 충북 증평에 있는 메리놀 수녀의원에 근무하면서 충북사진발전에 그의 역량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당시 청주에서 사진에 취미를 갖고 있던 나봉춘, 정동수, 이종선, 정영택, 이근형씨 등과 청록회를 조직하여 이 고장에 본격적인 사진 예술활동이 일어서게 하는데 그 자신이 앞장섰다.

증평에서 청주로 먼 길을 오가며 나름의 사진서클 회원들과 예술사진작업의 공부를 함께하면서 지역 내 일반인들의 관심을 크게 불러 일으켰다. 드디어 1년여가 지난 1969년 4월 충북사진협회를 구성하고 9월에 꿈에도 소망하던 한국사진작가협회 충북지부를 정식으로 창립했다. 도내 곳곳에서 사진을 배우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1974년에는 아예 청주로 들어와 수경의원을 개설하여 독립된 의술을 베풀면서 환자진료에 사진이 도움되는 길을 모색했다.

“다양한 환자들을 진료하는 데 있어 인간의 정, 아니 의사의 진정한 마음이 메말라서는 양질의 의료서비스가 되지 않아요. 사진을 찍으면서 사람들마다 진실된 애정을 느낄 수 있으니 이 모두가 서로 보탬이 된다고 봅니다.”

그는 인간의 따스한 정감이 살아있는 사진을 볼 때 사람들은 그 사진속에서 올바른 마음가짐을 가다듬을 수 있다면서 자칫 평범하게 지나칠지 모를 얼굴들에서 카메라의 시각 프레임이 어떻게 담아내는가에 따라 보다 아름다운 예술적 작품으로 아로새겨진다고 강조한다.

이제 중후한 노년의 세월을 맞아 그는 사진의 미학적 흐름과 새로운 위상정립의 시대에 걸맞는 사진작업에 나서고 있다.

항상 바쁜 일상 가운데서도 틈만 나면 밖으로 나가 사진을 찍고 그 속에서 자신의 사진가로서의 내적 언어표현을 일구어내는 그는 사진의 보다 한국적인 섬세함과 세련됨을 이루어내려 노력하고 있다.

더구나 오래전 두고 온 고향 함경남도 안변의 그리운 산천과 그곳에서 헤어진 가족과 친지들이 문득문득 떠오를 적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오고 가는 사계절의 서정 짙은 풍경을 사진으로 남기는데 여념이 없다.

나긋이 피어오르는 봄 향기 속의 연둣빛 가녀린 싹들과 활기차게 짙푸른 초원 아래 흐르는 계곡 담긴 산천들과 오색 타오르는 낭만의 가을, 그리고 은백색 겨울 풍경을 고향을 그리는 마음으로 지금 담담하게 사진으로 남기고 있다.

또한,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사진 조류의 시대에 부응하고자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하는 사진가의 자세를 견지하면서 한국의 정서에 맞는 사진예술이기를 바라고 있다.

의사이고 글작가이면서 사진가인 전예근.

다시 태어나도 지금과 똑같이 의사이면서 글 쓰고 사진 찍는 인생이기를 바란다고 말하는 원로사진가로서 인생의 알찬 세월을 보내고 있다.

“사진은 나의 분신이며 이다음의 세상에서는 지금보다 몇 배 더 뛰어난 예술세계를 이루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의 이러한 마음가짐 속에 사진 인생 60년의 연륜이 사진가이자 글작가이면서 의술인으로 고스란히 녹아내리고 있음을 잘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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