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길
인생 길
  • 김태봉 서원대 중국어과 교수
  • 승인 2019.08.19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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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봉교수의 한시이야기
김태봉 서원대 중국어과 교수
김태봉 서원대 중국어과 교수

 

사람이 길을 걷다 보면 순탄한 길도 만나게 되고 험한 길도 만나게 된다. 인생의 길도 마찬가지이다. 운이 좋을 때도 있고 화가 미칠 때도 있다. 길을 가면서 험한 길을 피할 수 없듯이, 평생을 살면서 불운과 화를 완전히 모면할 수는 없다. 다만 험한 길을 만났을 때나, 모진 시련을 겪을 때 사람이 갖는 마음 자세에 따라서 그것을 잘 이겨내기도 하고 끝내 좌절하기도 한다. 당(唐)의 시인 이백(李白)은 시로써 험한 길을 대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있다.

촉으로 가는 길(蜀道難)
噫吁戱(희우희), 아∼ 오∼ 햐아∼
危乎高哉!(위호고재)! 험하고도 높구나!
蜀道之難難于上靑天!(촉도지난난우상청천) 촉으로 가는 길의 어려움이 푸른 하늘 오르기보다 어렵구나!
蠶叢及魚鳧(잠총급어부) 잠총과 어양 같은 촉나라 왕들이
開國何茫然!(개국하망연) 나라를 연 것이 어찌 그리 아득한가!
爾來四萬八千歲(이내사만팔천세) 개국 이래로 사만팔천년에
始與秦塞通人煙(시여진새통인연) 비로소 잔나라 변방과 인가가 통하였다네
西當太白有鳥道(서당태백유조도) 서쪽으로 태백산과 통하여 험한 좁은 조도가 있어
可以橫絶峨眉巓(가이횡절아미전)아미산 꼭대기를 가로 자른다

이 시의 제재가 되는 촉도(蜀道)는 험지가 많기로 유명한 중국에서도 가장 험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은 삼국시대에 촉(蜀) 나라와 한(漢) 나라를 가르는 경계이기도 했고 안사(安史)의 난 때 당 현종이 난을 피해 장안(長安)을 떠나 성도(成都)로 피신할 때 지났던 길이기도 하다. 이 시로 말미암아 이백은 당대의 문사였던 하지장(賀知章)으로부터 하늘에서 귀양 온 신선(謫仙)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하였는데, 과연 하지장은 이 글의 무엇을 보고 시인을 그토록 극찬한 것일까? 아마도 험한 길을 대하는 시인의 태도에 반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과장과 유머 감각을 겸비한 시인의 표현 능력은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출중한 재주임에 틀림없다. 옛날의 전설을 끌어다 말하기도 하고 연기나 새와 같은 사물을 등장시켜 촉도의 험난함을 극대화시켜 묘사한다. 그곳이 얼마나 험했으면 촉(蜀)이 나라를 열고 사만 팔천 년이 되도록 이웃 나라인 진(秦)과 왕래가 없었을까? 이것을 비록 사실이 아닌 전설을 끌어들여 말한 것이지만, 그 진위 여부는 문제 될 게 없다. 그곳이 험난성을 극대화시키면 그만이다.

연기와 새는 어떠한가? 이 둘의 공통점은 길을 걷지 않고 공중을 날아다닌다는 것이다. 날아다니는 것만이 지날 수 있고 걸어다니는 것은 어느 것도 지날 수 없다는 것도 험난성을 강조하기 위한 과장일 뿐이다. 이러한 시인의 과장을 대하는 독자들은 이곳의 험함에 겁먹고 위축되기보다는 묘한 유쾌함을 맛보게 될 것이다. 인생에 대한 태도도 마찬가지이다. 문제는 험난한 데 있지 않다. 그것을 대하는 태도가 문제인 것이다.

/서원대학교 중국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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