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공화국에 고함
백수공화국에 고함
  •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 승인 2019.06.26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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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생뚱맞게 웬 백수 타령이냐고요?

그래요. 내키지 않지만 저라도 푸닥거리를 해야 될 것 같아 이리하니 널리 혜량하기 바랍니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최단기간에 이룩하며 잘나가던 대한민국이 어쩌다가 이리되었는지 하 답답해서 그럽니다.

일 잘하고 재주 많은 한국인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백수로 전락하는 현실이,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직을 하지 못해 몇 년째 청년백수로 지내는 젊은이들이 안타까워 이럽니다.

주위엔 아버지는 회사의 경영난으로 아들은 대학을 졸업하고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한 지붕 두 백수가 있는 집도 있고, 또 어떤 주부는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며 그럭저럭 생계를 꾸려왔는데 그놈의 최저임금제인가 뭔가 때문에 잘려 백수로 지내고 있고, 어떤 부부는 치킨집을 창업했다가 인건비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폐업하고 백수로 지내는 집도 있으니 말입니다.

일해서 돈을 벌고 싶은데, 배운 것 써먹고 싶은데, 아니 입에 풀칠하고 살려면 일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니 나오는 건 한숨이고 쌍욕입니다.

문제의 심각성은 그런 백수들이 즐비하다는 것과 이를 타개할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데 있습니다.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며 고도성장을 이룩했던 대한민국이 어쩌다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세계 12대 경제 강국으로 우뚝 선 대한민국이 어쩌다가 백수 공화국으로 전락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아니 한심하고 기가 막혀 할 말을 잃습니다.

백수(白手)는 문자 그대로 하얀 손, 빈손을 이릅니다. 돈 한 푼 벌지 않고 빈둥거리며 놀고먹는 사람, 백수건달(白手乾達)을 이릅니다.

정부와 사회는 이들을 실업자라 부르기도 하고 비경제활동인구라 칭하기도 합니다.

아무튼, 세상에는 세 종류의 백수들이 있습니다.

일하고 싶은데 일자리가 없어서 놀고먹는 백수와 일할 능력은 있는데 일하기 싫어 놀고먹는 백수 그리고 일터가 사라졌거나 일터에서 쫓김을 당해 실직한 백수들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 밖에도 화백(화려한 백수)이라 불리는 퇴직 후 연금이나 그동안 벌어놓은 돈으로 유유자적하게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만 이들은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했으니 논외로 합니다.

최근 발표된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결과를 보면 비경제활동인구가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99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400만 명에 육박하고 있고, 그중에서도 전문대학교를 포함한 대졸 이상 실업자 수가 1년 전보다 2만9000명(5.0%) 증가한 60만3000명이라 하니 과히 백수공화국이라 불릴 만합니다.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창출을 국정의 최우선과제로 삼아 추진하고 있음에도 이러하니 난국입니다.

백세시대를 맞아 노인인구는 고무줄처럼 늘어나고 있는데 저출산으로 경제활동인구는 갈수록 오그라들고 거기다가 한창 일할 청년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포기한 채 살아가고 있으니 나라의 앞날이, 후대들의 삶이 실로 걱정입니다.

경제는 내리막 타면 걷잡을 수 없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립니다.

한 때 잘 나가던 석유부국 베네수엘라가 그렇고 우리보다 경제적 우위에 있던 필리핀과 남미국가들이 이를 웅변합니다.

거기다가 요즘 세계정세도 좋지 않습니다.

경제난에 허덕이는 북한도 떠안아야 하고,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고, 미국과 이란과의 알력으로 원윳값도 들썩이고 있어 내우외환이 중첩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을 이끌고 있는 정권과 정치권은 지금 이 순간에도 남 탓만 하고 편 가르기에 여념이 없으니 오호통재입니다.

위기입니다. 바람 앞에 촛불처럼 위태합니다.

하여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백수공화국이 된 대한민국을 구할 초인을 애타게 기다립니다.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킬, 백수의 눈물과 가족들의 한숨을 멎게 할 초인을!

/시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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