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쏘아 올린 U-20 태극전사들에게
희망을 쏘아 올린 U-20 태극전사들에게
  •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 승인 2019.06.19 2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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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당신들로 인해 한동안 행복했습니다.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축구강국들을 연파하고 더 높은 고지에 올라설 때마다 국민은 환호했고 기뻐했습니다. 결승전에서 우크라이나에게 3대1로 역전패해 우승컵을 조국에 바치지 못했지만 거기까지 간 것만으로도 충분히 조국 대한민국에 영광을 바쳤고, 한국축구의 새 역사를 썼습니다.

하여 당신들은 모두 자랑스러운 대한의 건아이며 모처럼 국민을 하나 되게 만든 애국자입니다. 아둔하게도 내 생전에 FIFA가 주관하는 세계대회에 우리 대표팀이 결승전에 오를 그런 날은 없을 거라 여겼습니다.

축구는 아무리 공을 들이고 투자를 해도 최고가 될 수 없는 종목인 줄 알았거든요. 몸집과 체력과 기술은 물론 축구에 대한 열정과 문화적 인프라가 유럽이나 남미 국가들보다 턱없이 부족하거나 뒤처져 있어서 그럴 거라 예단한 거죠.

19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축구대회와 우리나라에서 개최된 2002월드컵축구대회에서 4강에 올라 국민을 기쁘게 한 적이 있지만 거기까지인 줄 알았습니다. 사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이 폴란드에서 개최된 이번 U-20대회에서도 16강을 턱걸이하면 잘하는 거라 여겼거든요.

우승후보로 주목받던 포르투갈과 아르헨티나와 아프리카의 복병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넘어야 하는 죽음의 조에 편성되어서 살아남기 어려울 거라고.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우리 태극전사들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대회를 치를수록 강한 원 팀으로 거듭났고 약속한 것처럼 승리의 여신을 몰고 다녔습니다. 포르투갈에 1대0으로 석패한 후 아르헨티나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차례로 꺾고 16강에 올라 숙적 일본을 1대0으로 따돌리고 8강전에 올라 세네갈과 3대3으로 비긴 후 승부차기까지 가는 진땀 승을 거둔 후 4강에 올라 에콰도르를 1대0으로 격파하고 대망의 결승전에 올랐으니 말입니다.

모두 손에 땀을 쥐게 한 힘든 경기였고 명승부를 펼쳤습니다. 폴란드에서 개최된 2019년 U-20 월드컵축구대회는 그렇게 준우승이라는 신화를 쓰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한국은 물론 아시아 축구 초유의 위업을 창출한 대회여서 보람도 크고 감동도 깊습니다.

감동은 경기 결과에만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어린 태극전사들이 인터뷰 때 부탁한 건 다름 아닌 애국가 제창이었습니다. 경기 시작 전에 출전국 국가를 연주하는데 이때 애국가를 힘차게 불러달라고, 그러면 힘이 나 이길 수 있다고.

그들은 그렇게 대한민국을 사랑했고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임을 자랑스러워했습니다. 팀을 원 팀으로 조련해 준우승으로 이끈 정정용 감독의 리더십도 상찬 받을 만하지만 귀국 후 환영식에서 그가 한 말이 큰 울림을 줍니다.

`임금이 있어서 백성이 있는 게 아니고, 백성이 있어서 임금이 있는 것처럼 우리 선수들이 있어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 같다'고.

승리의 수훈갑이자 별 중의 별이 된 이는 단연 이강인 선수입니다. 18세로 팀의 막내인 그는 2골 4도움을 기록하며 대회 최우수선수(MVP) 격인 골든볼을 수상해 자신의 진가를 입증했습니다. 축구의 신이라 불리는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 이후 14년 만이니 그의 축구인생은 모름지기 탄탄대로입니다.

축구는 혼자 하는 운동이 아닙니다. 11명이 혼연일체가 되어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운동이어서 포지션마다 이강인 같은 선수를 발굴하고 육성해야 합니다. 한국축구에 희망을 쏘아 올린 U-20 선수와 스탭들의 그간의 노고와 헌신에 감사드리며 부디 한국축구를 크게 빛낼 대들보로 성장하기 바랍니다.

/시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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