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멋 2
인생의 멋 2
  • 김태봉 서원대 중국어과 교수
  • 승인 2019.06.17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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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봉 교수의 한시이야기
김태봉 서원대 중국어과 교수
김태봉 서원대 중국어과 교수

 

아무리 호화로운 저택도, 값 비싼 명품도 인생의 허무함 앞에서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

도리어 인생의 무상함을 돋보이게 할 뿐이다.

바쁘게 흘러가기만 할 뿐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황하와도 같은 인생, 아침에 청춘이더니 저녁에 노년이 되고 마는 짧디 짧은 인생, 이러한 속성의 인생을 과연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한 시인의 답은 단호한데, 그것은 다름 아닌 인생 즐기기이다. 그렇다면 인생을 어떻게 즐겨야 한다는 것일까?


장진주(將進酒)2

人生得意須盡歡(인생득의수진환) 뜻을 얻었으면 즐기기를 다하거니와
莫使金樽空對月(막사금준공대월) 공연히 금 술잔을 달만 마주하게 하지 마라
天生我材必有用(천생아재필유용) 하늘이 나를 낼 적엔 필시 쓸 데가 있을 터
千金散盡還復來(천금산진환복래) 천금은 다 쓰면 다시 돌아오게 마련인 법
烹羊宰牛且爲樂(팽양재우차위락) 양을 삶고 소를 잡아 곧 즐겨들 보세

사람이 살면서 득의(得意)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보통은 높은 지위에 오르고 돈을 많이 버는 것이리라.

시인 또한 이러한 통속적인 생각에 동의하지만, 본질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높은 지위는 더 높은 지위를 탐하고, 많은 돈은 더 많은 돈을 추구하게 마련이지만, 시인은 이러한 통속을 통렬하게 반박한다. 지위와 돈은 필요하지만, 그 자체를 위해서가 아니라 인생을 즐기기 위해서 필요할 뿐이다.

지위와 돈은 인생의 목표가 아니라, 인생을 즐기는 수단이다.

시인의 인생관은 도연명(陶淵明)과 같은, 은자(隱者)의 초탈한 삶의 방식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

출세와 돈을 멀리 한 게 아니라, 도리어 그것을 추구한다.

그리고 인생을 조용히 관조하는 것이 아니라, 요란할 정도로 즐겨야 한다.

고급술은 아껴서 모셔둘 게 아니라 잔치를 열어 시끌벅적하게 마시며 놀아야 한다.

황금으로 장식한 술통으로 하여금 놀기 좋은 달밤에 달만 바라보게 하는 것은 바보나 하는 짓이다.

이 세상에서 나의 자리는 이미 정해져 있다. 술 안 마시며 노력해서 얻어질 것은 술 마시며 놀아도 다 얻어진다.

그리고 돈은 써서 없애야만, 다시 모아진다. 마치 다 퍼마셔야 다시 솟아나는 샘물과도 같은 것이 돈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돈은 아끼지 말고 있는 대로 써야 한다. 황금 통에 담긴 고급술과 통째로 삶아낸 양과 소를 안주 삼아야 한다.

모두가 큰돈이 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기장을 삶고 닭을 잡아 소박한 술자리를 마련한 맹호연(孟浩然)의 친구와는 확연히 다른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서원대 중국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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