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품바축제 타령
음성품바축제 타령
  •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 승인 2019.05.22 19: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기원의 목요편지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충북 음성이 들썩 거리고 있습니다. 5월 22일부터 26일까지 닷새 동안 제20회 품바축제가 열리고 있어서입니다. `20살 품바! 사랑과 나눔에 빠지다'라는 주제로 5가지 판으로 나뉘어 `놀go, 보go, 즐기go, 나누go, 먹go'떠드니 들썩거릴 수밖에요.

전국에 내로라하는 품바들이 대거 몰려와서 각기 다른 개성과 품새로 품바타령을 질펀하게 해대고 있어 군민들도 신나고 구경 온 관광객들도 신명이 납니다. 아니 장단을 맞추고 어깨춤을 덩실덩실 추니 영락없는 품바입니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얼씨구절씨구 들어간다/ 품바 품바 잘이 한다.'

각설하고 품바축제는 참 특이한 축제입니다.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보은대추축제나 영동곶감축제처럼 지역 특산품을 내걸거나 무주반딧불이축제나 함평나비축제나 화천산천어축제처럼 자연환경을 특화해 축제를 여는 데 반해 음성군은 전국에 산재해 있는 품바라는 특정 계층을 주인공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시작 당시만 해도 이런 축제가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우려한 사람들이 많았으나 음성군과 군민들이 합심해 해마다 축제의 질과 양을 진화시켜 2년 연속 문화관광 유망축제에 이름을 올리며 성공신화를 써내려가고 있으니 상찬할 만합니다. 품바에 대한 묘한 카타르시스도 명품축제로 거듭날 수 있는 요인이 되었고요.

아시다시피 품바는 장터나 길거리를 돌아다니면서 동냥하는 사람을 이릅니다. 품바타령을 하는 걸인이나 장돌뱅이들이 바로 그들입니다. 보릿고개를 겪은 세대들은 직접 보고 자란 터라 품바에 대한 아련한 향수를 갖고 있지만 그러지 못한 요즘 세대들에겐 생소한 이름일 겁니다.

품바란 낱말이 처음 기록된 문헌은 신재효의 한국판소리 전집 중 변강쇠가인데 입으로 타령의 장단을 맞추고 흥을 돋우는 소리라 하여 조선 말기까지 `입장고'라고 불리었습니다.

지배계급에 불만을 품고 다니는 피지배 계층들과 사회적 약자들이 걸인행세를 하며 악덕 지주들과 불의한 고관대작들과 매국노들의 집을 찾아다니며 문전에서 입방귀를 뀌어 그들의 악행과 만행에 엿을 먹이기도 했고요.

일제강점기를 거쳐 제2공화국, 제3공화국 시절에 이르기까지는 `입으로 뀌는 방귀'라 하여 `입방귀'라는 의미로 일반화되었고, 현재는 장터나 길거리로 돌아다니면서 동냥하는 각설이나 걸인의 대명사로 쓰이고 있습니다.

민초들의 마음 깊숙한 곳에 쌓였던 울분과 억울함 그리고 그들에 대한 멸시나 학대 등이 한숨으로 뿜어져 나오는 한이 깃든 소리가 바로 품바입니다. 가진 게 없는 허(虛), 텅 빈 상태인 공(空), 잡을 수 없는 시(時)라는 득도의 상태에서 겸허함을 의미한다는 철학적인 의미도 있으니 품바를 범속한 말로 얕잡아 보면 큰코다칩니다.

그런 품바가 음성에만 있는 것이 아닌데 이렇듯 음성군이 품바의 성지가 된 데는 그럴만한 사연이 있습니다. 거지성자로 추앙받고 있는 최귀동 베드로 할아버지와 꽃동네 설립자인 오웅진 신부와의 운명적인 만남이 기저에 깔려있어서 입니다.

최귀동 옹은 장애를 가진 몸으로 40여 년 동안 금왕읍 무극리 일대를 돌며 밥을 동냥해 얻어먹을 힘조차 없어 죽어가는 18명의 걸인들을 먹여 살린 분입니다. 1976년 9월 무극성당 주임신부로 부임한 오웅진 신부가 이를 목도하고 크게 감화하여 꽃동네를 설립하게 된 단초가 되었지요.

이에 음성군이 최귀동 할아버지의 숭고한 인류애와 박애정신을 기리며 품바의 상징인 사랑과 나눔과 봉사를 주제로 2000년 9월 품바축제를 개최한 이래 20회를 맞았으니 어엿한 성년이 되었습니다. 오늘도 품바는 말합니다. `사랑을 베푼 자만이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그래요. 우리 모두는 그리 살아야만 되는 피에로이고 품바입니다. 최귀동 할아버지는 얻어먹을 힘만 있어도 축복이라 했거늘. 줄 사랑이 있고 가질 희망이 있는 그대와 난 행복한 품바입니다.

시인·편집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