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찬 염주를 돌리며
어머니는 찬 염주를 돌리며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9.05.01 2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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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문 태 준

어느 날 어머니는 찬 염주를 돌리며 하염없이 앉아만 계시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니는 머리를 숙이고 해진 옷을 깁고 계시는 것만 같았습니다. 꽃, 우레, 풀벌레, 눈보라를 불러모아서, 죽은 할머니, 아픈 나, 멀리 사는 외숙을 불러모아서, 조용히 작은 천조각들을 잇대시는 것이었습니다. 무서운 어둠, 계곡 안개, 타는 불, 높은 별을 불러모아서. 나를 잠재울 적에 그러했듯이 어머니의 가슴께서 가늘고 기다란 노래가 흘러나 오는 것이었습니다. 사슴벌레, 작은 새, 여덟 살 아이와 구순의 할머니, 마른 풀, 양떼와 초원, 사나운 이빨을 가진 짐승들이 모두 다 알아온 가장 단순한 노래를 읊조리시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니가 부르는 노래는 찬 염주 속에 갇혀 어머니가 불러모은 것들을 차례로 돌고 돌다 명명(明明)한 겨울 하늘로 올라가는 것이었습니다.

# 옛날 어머니들의 삶은 지난했습니다. 가난과 싸워야 했고, 사회적으로도 그림자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 숱한 우여곡절을 어떻게 이겨냈을까, 싶어질 때면 시공을 넘어 여성이란 동질감에 쓸쓸해지기도 합니다. 슬픔과 분노, 기쁨과 절망, 삶과 죽음을 한땀 한땀 바느질로 덧대며 견뎠을 어머니. 시인이 그려내듯 그녀의 노래는 스스로를 치유하고, 세상을 치유하는 소박한 기원이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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