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들 하십니까
안녕들 하십니까
  •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 승인 2019.03.13 20: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기원의 목요편지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어느덧 삼월하고도 중순입니다. 초고속시대라 그런지 세월도 초고속으로 지나갑니다. 새해맞이 덕담을 주고받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봄 단장을 하는 삼월의 한가운데 와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입니다. 모진 겨울을 이겨낸 복수초와 매화 산수유 미선나무들이 꽃망울을 터트린 지 오래여서 분명코 봄이건만 봄을 느낄 겨를이 없어서입니다.

삶도 몹시 팍팍하고 고단한데 고농도 미세먼지까지 극성을 부리니 죽을 맛이죠. 물 맑고 산 좋고 하늘 푸른 삼천리금수강산이, 사랑하는 우리 조국 대한민국이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나 하는 개탄의 한숨소리가 하늘을 찌릅니다.

더욱이 남북에 평화의 봄을 여는 역사적인 장이 되리라 여겼던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속담처럼 아무런 합의 없이 끝나서 실망이 컸던 마당에 설상가상으로 죽음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고농도 미세먼지까지 한반도를 강타하니 어찌 안 그러겠습니까.

이렇듯 미세먼지 속에 인체에 치명적인 발암물질과 건강에 위해한 여러 인자들이 섞여 있어 국민의 생계와 건강이 위협받고 있고, 미래를 이끌어 갈 아이들이 하늘을 회색으로 그리고 있으니 오호통재입니다.

돈 많은 사람이야 공기 좋은 나라로 잠시 피해있거나 성능 좋은 공기청정기를 온종일 틀어놓고 살면 되지만 그렇지 못한 국민이 문제입니다. 공사판이나 난전에서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노동자들이나 들판에서 농사일해야 하는 농부들은 그야말로 진퇴양난입니다.

일터로 나가자니 건강이 울고 쉬자니 밥그릇이 웁니다. 그렇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인지라 일터로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변변한 마스크도 없이. 작금의 미세먼지는 국민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는 재난 중의 재난이고, 인재 중의 인재입니다.

이렇게 사태가 위중하고 급박한데도 이 정부와 지자체가 대처하는 걸 보면 참 가관입니다. 아니 열불이 터집니다. `미세먼지가 우심하니 야외나들이를 자제하거나 바깥출입을 할 때는 마스크를 쓰기 바랍니다.'라는 재난안전 메시지를 보내는 게 고작입니다. 안내만 하면 임무완수를 다한 듯이. 미세먼지가 민초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흉악범인데 잡을 생각은 하지 않고 조심하라고만 하니 기가 찹니다.

중국발 스모그와 초미세먼지에 대해 책임추궁도 항의도 못할 뿐만 아니라 미세먼지를 30% 저감시키겠다고 공약해놓고도 그러기는커녕 발생원인도 밝혀내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정권이고 정부입니다.

지자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네 지역이 타지역보다 왜 더 심한지 이유도 모르고 지형 탓만 합니다. 분지라서, 중국 쪽과 가까워서 등의 변명만 늘어놓고 책임을 회피하려 합니다. 큰일입니다. 민초들은 생계유지를 위해 오늘도 미세먼지와 사투를 벌이며 힘들게 사는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할 정부와 지자체가 저 모양 저 꼴이니 화가 납니다.

미세먼지에 오염된 물이 농지로 들어가고, 미세먼지를 뒤집어쓰고 자란 채소와 과일이 출하되어 소비자들의 식탁에 오릅니다. 그 많은 환경단체와 회원들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습니다. 비가 와서 미세먼지를 씻어주기를, 바람이 불어 미세먼지를 밀어내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현실이 몹시 서글픕니다.

운동장에서 공놀이하며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이 걱정됩니다. 온종일 야외에서 막노동한 것도 아닌데도 목구멍과 코끝이 간질간질하고 따갑습니다. 미세먼지가 무서워 두문불출하고 있다는 지인에게서 안부전화가 왔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느냐고. 그대만이라도 겨울을 이겨낸 나목처럼 우일신하기 바랍니다.

/시인·편집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