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지민 기자
  • 승인 2019.02.27 2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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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김 수 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져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르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 시 `풀', 다시 꺼내 읽어봅니다. 3월에 읽는 이 시에선 힘없고 가난했던 조선사람들이 얼비치기도 합니다. 일본의 폭압과 총부리에 반항도 선택조차 하기 어려웠던 사람들 말입니다. 그 시대에 태어났다면 저 역시 여리디 여린 풀이었을 겁니다. 그래도 끈질기게 살아나는 풀의 위력에서 생존의 힘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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