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예찬
친구 예찬
  •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 승인 2019.02.27 20: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기원의 목요편지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지난주에 띄운 `친구 타령'의 반향이 의외로 커 놀랐습니다. `친구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지인은 많은데 진정한 친구가 없는 것 같아 마음이 허하다'가 주를 이루었지만 `앞으로 더 좋은 친구가 되자', `친구라 여기며 살았는데 그렇지 않다니 서운하다'는 등의 사적인 견해도 적잖이 있어 고맙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친구는 역시 뭇 사람들의 로망이자 노스탤지어였습니다.

얽히고설키어 살 수밖에 없는 사회적 동물인지라 좋은 친구는 필수이고 다다익선입니다. 그런고로 세상에 태어나 누구의 친구가 된다는 건, 그 누군가가 내 친구가 된다는 건 여간 큰 축복이 아닙니다. 불알친구든, 죽마고우든, 학교친구든, 직장친구든, 사회친구든 세상 모든 친구는 정겹고 소중하고 아름다운 존재입니다.

불가에서는 옷깃만 닿아도 인연이라 했거늘 하물며 친구가 되어 한 생을 함께 한다는 건 업보 중에 큰 업보요, 은총 중에 큰 은총입니다. 그러므로 일이든 놀이든 여행이든 함께 하면 든든하고 즐거운 게 친구입니다.

옆에 없으면 허전하고 헤어지면 보고 싶고 그리운 게 친구입니다. 때론 말다툼도 하고, 선의의 경쟁을 하기도 하지만 잘 숙성된 포도주처럼 미운 정 고운 정이 곰삭아 우정으로 우러나면 진정한 친구가 됩니다.

요즘 `그럴 수도 그러려니 그렇겠지'란 책으로 주가를 올리는 전대길 수필가는 제게 `땅 같은 친구, 산 같은 친구'가 최고의 친구라며 `꽃 같은 친구와 저울 같은 친구'를 경계하라 했습니다.

또 해군제독을 지낸 후 바다사랑 시를 빚는 전상중 시인은 친구에 대해 의미를 크게 부여하면 힘들어질 수 있으니 즐기며 편하게 살 것을 조언했습니다.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금천성당 양윤성 다윗 신부는 진정 변하지 않는 영원한 친구는 예수님밖에 없으니 예수님을 벗하며 살라 합니다.

모두 귀하고 좋은 말씀입니다. 땅 같은 친구와 산 같은 친구를 가진 이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누군가에게 땅 같은 친구, 산 같은 친구가 되는 이는 훌륭한 사람입니다. 이내 시들고 마는 꽃 같은 친구나 이해득실을 가리는 저울 같은 친구는 친구라 할 수 없지요. 사형집행을 앞둔 친구가 부모님 상을 치르고 올 수 있도록 감옥살이를 대신한 친구처럼 인구에 회자하는 훌륭한 친구들이 참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친구가 없다고, 그런 친구처럼 살지 못한다고 자책하거나 괴로워할 것까지는 없습니다. 친구에 대해 의미를 크게 부여하면 힘들어지거나 위축될 수 있으니 지금 곁에 있는 친구들과 사이좋게 즐겁게 지내면 그걸로 넉넉합니다. 불알친구도 좋고 죽마고우도 좋지만 지금 교우하고 있는 친구, 지금 옆에 있는 이도 그에 못지않은 소중한 친구입니다. 멀리 떨어져 사는 사촌보다 이웃사촌이 더 좋다는 말처럼 가까이에서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이가 바로 보약 같은 친구입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듯 친구도 자주 만나야 친구입니다. 좋은 친구를 가지려면, 좋은 친구가 되려면 자신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친구가 들어올 수 있도록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그가 머무를 수 있도록 마음의 빈자리를 만들어 놓아야 합니다.

덕을 보려 하지 말고, 반대급부를 바라지 말아야 합니다. 친구가 잘못된 길로 가면 온몸으로 막고, 친구의 짐이 무거우면 나누어지고, 옳은 일을 하다 고초를 당하면 뒷배를 봐주는 이가 진정한 친구입니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기에 완전한 친구도 없습니다. 잘나도 내 친구, 못나도 내 친구입니다.

내 친구여서 고맙고, 그대 친구여서 고마운 우리는 참 친구입니다.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사는 이 땅의 모든 친구들을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선한 친구여, 곰삭은 우정이여!



/시인·편집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