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도덕성
정치인의 도덕성
  • 임성재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2.21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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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임성재 칼럼니스트
임성재 칼럼니스트

 

MBC충북이 우리 지역 국회의원들의 `소규모 정책연구용역비'사용의 문제점을 집중보도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국회의원들이 의정활동비를 이중 청구하여 망신을 사더니 이번엔 `소규모 정책연구용역비'사용문제로 국민의 지탄 대상이 되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누리는 특권은 기차 무임승차 등 알려진 것만도 수십 가지에 이른다. 그런데 이렇게 알려진 것 외에도 `의정활동비'사용이나 `소규모 정책연구용역비'처럼 국민의 세금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국민들이 잘 모르는 그들만의 특권이 아직도 많은가보다.

MBC충북은 도종환, 정우택, 변재일 의원의 `소규모 정책연구용역비' 사용내역을 보도했다. 정책연구용역은 국회의원들이 입법 등 업무 수행에 필요한 내용을 전문가의 연구를 통해 도움받는 것으로 공적업무이다. 그런데 MBC충북의 보도에 의하면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이런 공적업무 수행이 부정직한 방법으로 진행되었고, 연구비의 집행도 투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경우는 용역을 맡은 연구자가 연구 시간이 짧았다는 이유로 자신의 석사논문을 그대로 베껴낸 자기표절로 밝혀졌다. 도종환 장관은 미처 몰랐다며 연구용역비 150만원을 반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정우택 의원은 2016년 국회사무처에 제출한 연구용역보고서가 연구자가 한 세미나에서 발표한 내용을 토씨만 바꿔 짜깁기한 내용이었다. 500만원이 지급된 이 연구용역이 사실상 연구자의 연구논문을 재사용한 것임에도 정우택 의원은 연구비 환수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관심 없다'는 입장을 보였고, 나머지 6건의 보고서는 공개를 거부했다.

변재일 의원은 도내 국회의원 중에서는 가장 많은 8건의 정책연구용역에 3천5백여만 원의 용역비를 지급했다. 그런데 연구보고서의 공개를 요구하는 취재진에게 애초부터 비공개를 전제로 내부검토용으로 작성한 보고서라서 단 한편의 보고서도 공개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고 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수행된 연구용역을 국회의원만 참고자료로 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연구자 선정이나 용역과정, 결과물이 투명하지 않았다는 반증일 것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연구된 소규모 정책연구 보고서가 국민에게 공개하지 못할 만큼 표절과 짜깁기 편집이 만연되어 있다는 것은 스스로가 입법기관인 국회의원들에겐 수치스런 일이다. 그런데도 연구보고서를 공개할 수 없고, 용역을 맡긴 자신에게는 책임이 없다는 식의 주장을 펴는 그들이 우리 지역에서 선출된 국회의원이라는 사실에 자괴감마저 든다.

정치인들은 자신의 잘못에 대해 사과하려 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불리한 사항은 입을 다물고 진실을 밝히기도 꺼리는 것 같다. 끝까지 버티다가 시간이 흘러 사람들의 기억과 관심에서 멀어지기를 기다리는 것이 그들의 대처방식이다. 연륜이 쌓일수록, 국회의원의 선수를 쌓아 갈수록 그런 경향은 더욱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노회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저서 `정치학'에서 국가의 요직에 취임할 자들은 세 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첫째는 충성심이고, 둘째는 업무수행 능력, 셋째는 미덕(탁월함)과 정의감이다. 그런데 세 가지 조건을 다 충족하지 못한다면 무엇을 중시해야할까 하면서 가장 중요한 개념이 `미덕과 정의감'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지금 우리가 우리 시대의 정치인들에게 요구하는 도덕성이다.

`소규모 정책연구용역비'를 쌈짓돈처럼 써버린 국회의원들과 우리 지역의 선출직 공직자 중에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공직자가 가져야 할 세 번째 조건인 미덕과 정의감을 갖춘 그런 인물이 있는지 궁금하다. 내년 총선에선 적어도 도덕적으로 깨끗한, 정의감이 살아있는 국회의원을 뽑아야 한다. 그런데 그런 정치인을 뽑는 것은 지역유권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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