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윤 동 주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 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 암울했던 시대의 그림자는 시에도 담겼습니다. 시대의 절망과 아픔에 부끄러워할 줄 아는 시인은 눈물짓습니다. 잃어버린 것을 찾아나서지만 길은 돌처럼 단단한 것들이 가로막고 있습니다. 무너질 것 같지 않은 벽이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은 잃어버린 것이 그 너머에 있기 때문이지요. 아침이오면 저녁이 오고, 저녁이오면 아침이 온다는 진리를 시인은 길의 기다림을 통해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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