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曠野)
광야(曠野)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9.02.13 2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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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의 시읽는 세상

이 육 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戀慕)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犯)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白馬)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 시는 언제 읽어도 기개가 넘칩니다. 광야와 산맥, 바다, 초인이란 단어가 주는 명료함 속에 시인 육사의 삶이 아우라를 더해줍니다. 일제 강점이란 절망적 현실을 극복하려는 시인은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립니다. 이 작은 씨앗이 아주 먼 훗날 백마를 타고 오는 초인이 올 때 꽃피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말입니다. 3.1운동 100주년이 다가옵니다. 일제의 핍박에도 조국해방을 위해 목숨을 바친 그의 정신이 구절구절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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