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담는 그릇, 박물관
문화를 담는 그릇, 박물관
  •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장
  • 승인 2019.01.2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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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시선 땅과 사람들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장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장

 

2016년 현재 우리나라에는 박물관 853개소, 미술관 229개소 등 모두 1,082개소의 박물관·미술관이 설립되어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0년 박물관 800개소, 미술관 145개소 등 945개소였던 것과 비교하면 137개소가 증가하였다.

현재 충청북도에는 박물관 44개소, 미술관 8개소 등 52개소가 있다. 이러한 박물관 수의 증가는 지방자치단체의 역사성, 정체성 확립이라는 측면에서 박물관, 미술관, 전시관, 자료관, 기념관 등의 명목으로 앞다투어 설립한 공립기관 수의 증가로 말미암은 것이다.

박물관의 양적 증가에도 불구하고 박물관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크게 바뀌지 않은 듯하다. 박물관에 대한 일반적인 인상은 아직도 조상들의 손때묻은 유물들을 모아 두는 곳쯤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박물관은 유물창고이며 생명력 없는 박제화된 유물전시라는 고정관념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박물관은 유물들을 아무렇게나 쌓아두는 곳이 아니다. 역사적, 문화적, 예술적 의미와 가치, 기능 등을 조사 분석 연구하여 새 생명을 불어넣어 준다. 생명력을 얻은 유물들은 진열장 속에 이름표를 달고 전시되어 관람객을 맞이한다. 박물관이 문화의 생산현장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박물관은 단순한 자료의 수집, 보관, 정리, 전시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분석, 연구하여 유물 속에 담긴 진리를 밝혀 교육, 보급하는 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이 한층 강조되고 있다. 시대적 흐름에 따라 박물관의 역할과 기능이 많이 변했다. 오늘날의 박물관은 문화가 숨 쉬는 공간, 문화 향유기관으로서 국민의 쉼터, 교육 체험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그에 걸맞은 관심과 투자도 요구된다. 그 혜택은 국민에게 돌아간다.

그러나 박물관을 설립한 주체들은 변함이 없다. 인식의 차이가 크다. 그들은 박물관의 성격, 역할, 기능 등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단순히 관람객이 적다는 부정적인 현실문제만을 부각시키고 있다. 박물관에 경제성, 효율성이라는 잣대를 들이대어 투자를 외면한다. 투자 없는 박물관이 본연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수 없고, 찾아오는 관람객이 있을 리 없다. 악순환이다. 박물관이 국민들로부터 고급문화시설로 인정받지 못하고 외면당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물관의 문만 열어놓으면 그것이 끝이라 생각하고 투자를 하지 않는 박물관 전시실은 몇 년이 지나도 개관 당시의 모습과 달라진 게 없다. 바뀐 게 없고 볼거리가 없으니 박물관을 찾는 발걸음이 끊길 수밖에 없다. 국내외 여행을 할 때 소중한 시간을 쪼개어 박물관을 꼭 찾는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가장 짧은 시간에 그 나라 그 지방의 함축된 자연, 문화, 역사 등을 박물관처럼 생생하게 보여주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호주 원주민의 사냥도구인 부메랑은 공중에 나는 새를 떨어뜨린 후 던진 사람에게 되돌아온다. 박물관의 투자는 당장은 눈에 띄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겠지만, 문화를 담는 그릇으로서의 잠재력과 생명력, 지속력은 대단하여 부메랑처럼 반드시 국가발전의 에너지로서 우리에게 되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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