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읍성 형태의 시청사 건립은?
청주읍성 형태의 시청사 건립은?
  • 강민식 백제유물전시관학예실장
  • 승인 2018.09.09 2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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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시선-땅과 사람들
강민식 백제유물전시관학예실장
강민식 백제유물전시관학예실장

 

최근 청주시청사 건립 문제로 여러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일각에선 국가 등록문화재로 가치를 인정받은 지금의 청사가 걸림돌이라고 한다. 청사 건립을 위한 토지수용도 어렵다는 등 통합 청주시의 상징성을 부각할 `권위' 있는 준엄한 청사가 자꾸 지체되는 것을 몸 달아하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그런데 고층 건물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아무래도 효율성을 내세울 것이다. 하지만 범상한 다수 시민이 체감하는 시청사는 상징성 외 그다지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오히려 공권력의 권위만 떠올리게 한다. 낮은 자세로 봉사한다는 말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오히려 청사는 시민의 접근성을 우선해야 하지 않을까.

슬쩍 들여다본 청주시청사 조감도는 남쪽을 굽어보는 고층 건물이다. 그야말로 우뚝 솟은 모양이다. 이미 도청 인근에 주상복합 고층건물을 포함하여, 주변은 주거와 상업 용도의 높은 건물들이 즐비해 있어 그 권위는 초라해 보일지 모른다. 60~70년대 청주 도심의 건축을 연구한 학자가 그렇게 의미를 부여했던 도시의 스카이라인은 이제 찾아보기 쉽지 않다. 시청사도 이에 뒤질세라 높아만 갈 듯하다.

하지만, 조감도 속 어디에도 도시 정체성을 고민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현 시청사가 걸림돌이라는 인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미 배후에 고층아파트가 올라가고 있는 현실에서 오히려 몇몇이 주장하는 청사의 권위는 모순이다. 물론 효율과 집중이라는 말을 극복할 자신은 없다. 그럼에도, 여전히 역사문화의 도시를 구호처럼 되풀이하는 것은 하기 좋은 말에 불과한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따른다. 오늘도 도시 곳곳에서 역사를 빙자한 축제를 소비한다. 굿판에만 시선을 두고 있다고나 할까.

자료를 찾아보니 와우산에서 기웃거리던 신라인들이 평지를 따라 내려와 서원경문화를 일궜다. 하지만 이들에게 닥친 시련은 물과의 싸움이었다. 구도심 곳곳 2~3m 아래에 깊이를 알 수 없는 모래층이 있다. 이는 언젠가 물이 흘렀던 증거다. 오죽했으면 고을 이름조차 맑은 물이다. 물가 너른 곳에 터를 잡아 물길을 돌린 것까진 좋았지만, 청개구리마냥 비만 오면 난리였다.

옛 기록 속 청주는 고을을 휩쓴 홍수의 반복이다. 그래서 무심천에 둑을 쌓아 터전을 보전했다. 인류의 삶도 그랬다. 정치란 말 속에 치[治]는 둑을 쌓아 물을 다스리던 것에서 유래한다. 우리가 배웠던 초기 문명이 그랬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많은 인력을 동원하려면 권력이 필요했다. 그래서 정[政]이 덧붙여졌다. 풀어 글을 바로 한다는 말이지만, 과연 글[文]이 무엇인가. `하지 마라'는 말로 채워져 있고, 그게 법이란다. 결국, 권력자는 치수를 하고, 법을 바르게 집행하는 일이 곧 정치였다.

오늘까지도 청주 구도심의 구획은 읍성으로부터 출발한다. 산기슭에서 아래로 내려와 터를 잡은 이들이 고려 후기 언젠가 읍성을 쌓아 권위를 더했다. 사실 읍성은 외적의 침입으로부터 관[官]을 보호하던 장치였다. 관과 민[民]을 구분 짓던, 나아가 수탈과 억압의 상징이지 않았을까. 오죽했으면 1911년 일제가 읍성을 훼철했을 때 그에 저항하거나, 하다못해 울분을 토한 한 토막의 글조차 보질 못했다.

그러나 여전히 읍성을 복원하고, 도심에 관아를 되살리자는 말이 거듭된다. 하지만 의지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돈이 문제다. 그래서 이왕 시작한 거, 새로이 계획하고 있는 시청사에 읍성 형태를 적용하면 어떨까 싶다. 4~5층 정도의 높이로, 계획한 넓이 그대로 읍성을 쌓듯 모를 죽인 네모꼴의 평면이 좋을 듯하다. 4곳 성문처럼 접근성을 고려한 개방적 구조, 여기에 성벽처럼 층별 디자인을 더하면 시청사의 상징성도 드러나지 않을까. 그리고 옥상과 건물 안쪽 중정을 녹지공간으로 조성한다면 소통 공간으로도 부족함이 없을 듯하다. 자본이 올려 쌓은 고층건물 속 권위와 정치권력을 넘어 시민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시청사로 건립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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