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지민 기자
  • 승인 2018.05.0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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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이 육 사

 

동방은 하늘도 다 끝나고
비 한 방울 내리잖는 그때에도
오히려 꽃은 빨갛게 피지 않는가
내 목숨을 꾸며 쉬임 없는 날이여

북쪽 툰드라에도 찬 새벽은
눈 속 깊이 꽃 맹아리가 옴작거려
제비떼 까맣게 날아오길 기다리나니
마침내 저버리지 못할 약속(約束)이여

한 바다 복판 용솟음치는 곳
바람결 따라 타오르는 꽃성(城)에는
나비처럼 취(醉)하는 회상(回想)의 무리들아
오늘 내 여기서 너를 불러 보노라

 

 


# 암울한 시절, 조국의 독립을 간절히 바라던 육사의 시입니다. 오지 않을 것 같았던 해방이었지만 남과 북의 분단 현실은 ‘비 한 방울 내리잖는, 북쪽 툰드라, 바다 복판’ 같았던 절망의 긴 시간이었습니다. 그 철벽같던 남북 군사분계선을 살짝 넘어서던 역사의 순간이 얼음장 깨지듯 문득 찾아왔습니다. 4·27 판문점 선언을 지켜보며 오늘 다시 육사의 꽃을 소중하게 받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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