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간극
시간의 간극
  • 김경순<수필가>
  • 승인 2018.04.10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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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문앞에서
▲ 김경순

얼마 전부터 시간을 늘려 쓰기로 했다. 그렇다고 예전보다 시간이 많아진 것도 아니다. 매양 내 하는 일은 별반 다를 게 없지만 마음을 그렇게 먹으니 시간이 제법 많아진 듯하다. 되짚어 보니 사람들과의 만남을 줄인 것이 큰 이유로 보인다. 사람들과의 만남을 줄이고 되도록 책을 읽고 나 자신을 돌아보는 혼자만의 여행이라든가 산책을 하기로 했다. 그동안 나는 내 안을 들여다본 적이 없었다. 남을 의식하며 나름 열심히 살아왔다. 그런데 요즘 들어 어쩐 일인지 내가 일궈왔던 모든 일들이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열심히 키워온 결실들 앞에서 뿌듯했고, 자랑스러웠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그 모든 것이 신기루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모든 것은 내 욕망과 욕심으로 일구어 낸 허상이었던 셈이다.

요즘은 아이들 수업을 하기 위해 읽는 책보다, 그동안 내가 읽고 싶어 했던 책들을 읽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얼마 전 읽었던 책 내용 중에 로마의 철학자 카토가 한 말이 생각난다. `인간은 자신이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을 때 그 어느 때보다 활동적이며 혼자 있을 때 가장 덜 외롭다'라고 했다. 무엇을 열심히 끊임없이 하고, 사람을 많이 만나는 것보다 혼자만의 깊은 사유가 자신을 덜 외롭게 한다는 뜻이다. 많은 사람과 교류를 하다 보면 결국은 그 속에서 다툼과 갈등이 생기고 상처를 받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사람들 관계 속에서 자신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려 한다. 그러다 보니 이쪽 아니면 저쪽에 서야 하고, 또한 어느 쪽이건 그 부류에 속해 그들만의 공동 운명체라는 미명아래 살아남을 수 있다. 하지만 성격상 나는 이쪽도 저쪽도 아닌 때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어느 집단에도 속하지 못하는 외인(外人)일 수밖에 없다. 그것은 가끔 내 안에서 나를 불편하게 하고 괴롭히곤 했다. 반드시 그들의 삶의 방식이 옳은 것은 아닐 텐데도 말이다.

요즘 이곳은 몇 달 후면 치러질 지방선거로 시끄럽다. 휴대전화로 자신을 알리는 선거운동 문자도 매일 같이 십여 통은 된다. 역시 현대는 정보 통신 기술 사회라는 것이 실감 된다. 하지만 여전히 선거철만 되면 마음이 불편하다. 그것은 현대사회에서 선거만큼 이기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밟고 일어서야 자신이 설 수 있는 자리가 당선의 자리이니 어쩔 수 없다고들 한다. 그렇다고 자격도 안 되면서, 수많은 비리를 숨기고, 상대방만 무너뜨리면 된다는 식의 선거는 있어서는 안 된다. 물론 부정 선거를 밝히고, 정의로운 선거를 위한 행동은 반겨야 한다. 그렇지만 그러한 행동의 이면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한 흑심이 들어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모든 인간에게는 자기 자신의 삶과 평안이 타인의 그것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인간이란 욕망의 지배를 받는 `본질적인 이기주의'라고 말 한 400년 전의 철학자 토머스 홉스의 말이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것은 어찌 된 일일까.

일찍이 미셸 푸코는 시선을 돌려 자신에게 집중하라고 했다. 그것은 자기 자신을 배려한다는 의미이다. 즉, 외부와 타인, 바깥 세계로 향해 있던 시선을 자신에게 자기 자신에게 돌려 많은 외부의 상황들과의 부딪힘을 줄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개인들은 자기 수련을 위해 다양한 기술을 사용해야 하는데 그것은 명상, 독서와 글쓰기, 영적인 서신교환, 자기의식에 대한 성찰과 점검, 자기 실천 등이 그것이다. 요즘 독서를 하며 그동안 보이지 않던 길들이 보이기 시작했다면 설레발이라고 할까. 그래도 난 여전히 외로운 고독자가 되고 싶다. 그것이 결국 나만의 `시간의 간극'을 넘어서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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