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겨울에 이어지는 봄이 우리인 것을
긴 겨울에 이어지는 봄이 우리인 것을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8.01.31 2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고  은

 

우리나라 사람 여싯여싯 질겨서
지난겨울 큰 추위에도 얼어 죽지 않고 무사히 보냈습니다
그러나 삼한사온 없어진 그런 겨울 백 번만 살면
너도나도 겨울처럼 산처럼 깊어지겠습니다
추위로 사람이 얼어 죽기도 하지만 사람이 추위에 깊어집니다
우리나라 사람 좀 더 깊어야 합니다
드디어 묘향산만큼 깊어야 합니다
장마 고생이 가뭄만 못하고
가난에는 겨울이 여름만 못한 것이 우리네 살림입니다
이 세상 한 번도 속여본 적 없는 사람은 이미 깊은 사람입니다
그런 순량한 농부 하나 둘이
긴 겨울 지국총 소리 하나 없이 살다가
눈더미에 묻힌 마을에서 껌벅껌벅 눈뜨고 있습니다
깊은 사람은 하늘에 있지 않고 우리 농부입니다
아무리 이 나라 불난 집 도둑 잘되고
그 집 앞 버드나무 잘 자라도
남의 공적 가로채는 자 많을지라도
긴 겨울을 견디며 그 하루하루로 깊어서 봄이 옵니다

# 요 며칠 추위가 맹위를 떨치더니 봄도 멀지 않았나 봅니다. 겨울 끝자락에서 봄이 꼼지락거리는 것이 느껴집니다. 성장을 멈추고 동면에 든 모든 생명들에게 겨울은 안으로 깊어지는 시간입니다. 어둠을 견디고 맞이하는 오늘이 더 찬란하듯 시련은 모든 것을 단단하게 만들어줍니다. 정직하게 땅심을 믿고 겨울을 견뎌온 농부처럼 한층 깊어진 우리의 봄을 기다려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