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위자 - 관찰자 편향
행위자 - 관찰자 편향
  •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서원초 교감)
  • 승인 2018.01.24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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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서원초 교감)

비 오는 월요일 아침, 출근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과속운전까지 했지만 회의시간에 늦었다. `하필 월요일인데다가 비가와 차가 막히고, 날이 궂어서 일찍 일어나지 못했어. 오늘 지각은 정말 어쩔 수 없었어'라고 생각하며 교무실 문을 연다. 뒷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습을 본 교감은 `저 선생님 또 지각했네. 게으르다고 소문났던데, 오늘도 늦잠 잤겠지 뭐'라고 생각한다.

내가 지각하면 차가 막혀서, 비가 와서 등등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며 합리화하고, 동료가 지각하면 `게으른 사람'이라고 판단하는 심리, 내가 시험을 망치면 문제가 어려웠기 때문이고, 다른 사람이 망치면 공부를 안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심리, 누구나 한 번쯤은 가져봄 직한 심리적 오류이다.



# 내로남불

사람들은 자신의 행위에 대해서는 외부환경(상황)을 탓하고 타인의 행위에 대해서는 그 사람의 내면(기질)에서 이유를 찾는 경향이 있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준말) 이라는 말이 있듯이 남의 문제는 그 사람 탓이고 내 문제는 주변 환경 때문이라고 하는 인간의 이중 논리를 설명하는 말이다.

심리학자 니스벳과 존슨(Nisbett & Jones)은 이런 인간의 이중 논리를 행위자-관찰자 편향(actor-observer bias)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자신과 타인의 행동을 다르게 해석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의 차이 때문이다. 자신의 행동을 설명할 수 있는 이유(정보)는 많지만 타인의 행동에 대한 정보는 부족하다. 자신의 지각 행위는 울리지 않은 알람, 비 오는 날씨, 막히는 도로 등 설명 가능한 이유가 많다. 그러나 타인의 지각행위에 대해서는 그 상황을 알 수 없기에 그저 눈에 보이는 그 사람에게서 원인을 찾는다는 것이다.

행위자-관찰자 편향은 이렇게라도 자기 합리화를 하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낮출 수 없기 때문에 뇌가 스스로 갖춘 일종의 자기 방어기제이기도 하다.



# 판단보류의 아량

이러한 행위자-관찰자 편향은 조직 내에서 적지 않은 갈등과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자신은 최선을 다했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날이 선 잣대를 들이대기 쉽기 때문이다.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가능한 한 정확한 평가를 하면 된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사람의 능력이나 노력 부족으로 치부하기보다는 설명 가능한 모든 이유를 수집한 다음 그 이유의 경중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물론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일에서는 굳이 이와 같이 조사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 이럴 때는 그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서 `저 사람에게 내가 모르는 다른 이유가 있겠거니'생각하고 판단을 보류하는 아량이 있으면 된다.



# 사무실에서

한 무리의 직원들이 커피를 마시며 뭔가를 집중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모 학교 모 교사의 스캔들, 모 선생님 사건 등등을 카톡을 돌려 보면서 툭툭 던진다. 때로는 사진까지 공유된다. 시간 죽이며 그냥 나누는 가십이겠지만, 듣고 있노라면 가끔 소름이 끼친다.

`저기 모인 사람들은 당사자의 상황을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일까?', `저러한 확인 불명의 소문들이 당사자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고 있을까', `나도 가십의 당사자가 된다면 저렇게 회자될 수 있지 않겠는가' 지금 이 순간 알게 모르게 나 자신도 관찰자이며 또 관찰대상자이다. 눈빛을 반짝이며 가십하기 전에 `저 사람에게 내가 모르는 어떤 상황이 있겠지'하는 타인에 대한 판단보류의 아량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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