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거처
사랑의 거처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8.01.24 2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김 선 우

 

말하지 마라. 아무 말도 하지 마라. 이 나무도 생각이 있어
여기 이렇게 자라고 있을 것이다.
―「장자」 인간세편

살다보면 그렇다지
병마저 사랑해야 하는 때가 온다지

치료하기 어려운 슬픔을 가진
한 얼굴과 우연히 마주칠 때

긴 목의 걸인 여자―
나는 자유예요 당신이 얻고자 하는
많은 것들과 아랑곳없는 완전한 폐허예요

가만히 나를 응시하는 눈
나는 텅 빈 집이 된 듯했네

살다보면 그렇다네 내 혼이
다른 육체에 머물고 있는 느낌
그마저 사랑해야 하는 때가 온다네

# 몸은 나를 담는 그릇입니다. 그릇에 금이 가면 물이 새듯 병이 생기면 우리의 몸도 메말라갑니다. 나이 들수록 병도 몸 안에서 가짓수를 늘려갑니다. 하지만 의미없이 서 있는 듯 보이는 나무도 그렇게 자라는 이유가 있듯이 병도 내 안에 깃든 연유가 있을 것입니다. 요즘 독감으로 고생하신 분들이 많습니다. 병마저 사랑해야 할 때가 온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만큼 몸을 돌보지 않고 혹사했으니 내 몸을 사랑해달라는 신호일 겁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