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풍경을 찍다
겨울풍경을 찍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7.12.20 1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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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안 시 아

불룩하게 내려앉은 하늘,
시위를 당긴다 아!
발자국이 느낌표로 찍혀 나온다
골목을 돌아 나온 바퀴 곡선은
기호처럼 삼거리를 표시하고
가늘게 휘어진 가로수 가지 끝
잎새의 무게가 매달려 있다
오늘 지켜야할 약속 때문에
외투는 호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어느 간이역 편도행 열차에 오른다
포장마차는 밤이라는 경계를 오가며
긴 줄기마다 알전구를 피워 올린다
입간판에는 구룡포 갈매기가
자음모음 제대로 설 얼어있다
소나무 한 그루 좌표를 긋는 하늘아래,
길들이 저녁의 불빛을 한데 끌어모은다
서로에게 저물어가는 풍경들,
모두 지나간 것처럼 시간은
사진이 된다

# 밤새 내린 눈으로 세상이 하얗게 변했습니다. 길도 지붕도 나무도 동색입니다. 오색찬란한 현대인들의 마천루도 하얀 눈을 뒤집어쓴 채 풍경이 됩니다. 넓은 대지와 하늘을 배경으로 경계가 사라지고 하나가 됩니다. 눈에 보이지 않던 나무 한 그루가 문득 좌표가 되어주는 것처럼 지난 시간의 흔적을 지워내는 자연의 힘은 곱씹을수록 위대하고 경이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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