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계를 대기보다
핑계를 대기보다
  • 박숙희<청주시문화관광해설사·아동문학가>
  • 승인 2017.09.17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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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해설사에게 듣는 역사이야기
▲ 박숙희

정유년 9월 백로 지나, 마음의 문을 열고 더 자세히 직지 책 속에 오묘한 이치를, 가진 것 없이 줄 수 있는 삶으로 반추하려는 `직지'상권 마흔 아홉 번째 이야기는 나안 화상(安和尙)의 말씀이다.

전문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부산 화엄사 주지 각성 스님의 `직지'번역 및 강해(1998년) 등을 참조했음을 밝힌다.

나안 화상이 대중에게 보여 말씀하시기를 “너희들은 모든 사람이 모두 이곳에 부처를 짓고자 할진대 너희들이 스스로 이 부처이거늘 문득 옆집 문에서 헤매고 달아 빼는 것이 마치 목마른 사슴이 아지랑이에 달아가는 것과 같으니 어느 때에 상응함을 얻겠느냐?

너희들이 부처를 짓고자 할진대 다만 이와 같이 뒤바뀐 반연과 망상과 그릇된 지각과 때 묻은 욕망과 부정이 없을 뿐이라. 중생의 마음이 곧 너희가 문득 초심 적에 바로 깨닫는 부처이니 다시 어느 곳을 향하여 따로 찾으랴?

너희 모든 사람들이 각자가 값없는 큰 보배가 있어서 안문(眼問)으로부터 방광하여 산하대지를 비추며 이문(耳問)으로 방광하여 일체 좋고 나쁜 음성을 청취한다.

六文이 주야로 항상 광명을 놓으니 그를 또한 방광삼매라고 말한다. 그런데 너희는 스스로 알지 못하여 그림자만을 취하도다.

사대의 몸에 안과 밖으로 잘 부지해서 넘어지지 않게 함이 마치 사람이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외나무다리 위로부터 지나가되 또한 미끄러지지 않게 함과 같다.

그것을 말해 보라. 어떤 물건이 그와 같이 부지하여 그와 같이 넘어지지도 않고 기울어지지 않게 하는가?

네가 만약에 찾아보려 하면 털끝만치도 곧 보지 못할 것이니라. 그러므로 지공화상이 말하기를 `경계 위에서 행동할 적에 홀연히 크게 있으나 내외중간에 찾아봐도 모두 다 없다'고 하셨느니라.”

나안 화상 자신에게 와서 부처를 찾으려고 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 바로 부처인데 그 부처를 놓아두고 옆 갈래에서, 옆집에서 달아 빼는 것이 마치 목마른 사슴이 아지랑이를 따라가는 것과 같은 것인데 왜 그런 짓을 하느냐는 것이다. 그런 짓을 한다면 어느 때 제대로 구함이 되겠느냐는 것이겠다.

외나무다리에서는 약간만 잘못해도 앞으로 넘어지거나 뒤로 넘어지거나 옆으로 넘어져도 낭떠러지로 떨어진다는 것. 화두를 들거나 관법을 하든지 마음공부 하는 것도 무거운 짐을 젊어지고 외나무다리로 가는 마음자세로 해야 된다는 것 아닐는지.

마음자리는 보고 듣는 데에 다 있다는 것. 즉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지각, 색성향미촉법, 우주법계에 마음이 꽉 차 있단다. 그러나 찾아보면 없다니 참으로 어려운 마음공부인 것 같다.

어려운 형편에도 사회에 도움이 되는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사회 공헌 비즈니스 동아리 인액터스 회장 남정훈씨. 자기 자신이 이미 부처임을 깨달은 것처럼, 어려운 사람들의 아픔을 조금 더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힘들게 생활하는 가족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란다.

그가 2017 서울대학교 하반기 졸업식 날 연설에서 `어려운 상황에 대해 핑계를 대기보다 오히려 자신의 가능성을 입증할 기회라는 긍정적 마음을 가지자'라고 했음을 곰곰이 고민해 봄도 나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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