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여유
마음의 여유
  • 박숙희<문화관광해설사·아동문학가>
  • 승인 2017.08.06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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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해설사에게 듣는 역사이야기
▲ 박숙희

정유년 8월, 마음의 문을 열고 더 자세히 직지 책 속에 오묘한 이치를, 가진 것 없이 줄 수 있는 삶으로 반추하려는 「직지」상권 마흔여섯 번째 이야기는 형악 혜사 선사(衡岳 惠思 禪師)의 말씀이다. 전문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부산 화엄사 주지 각성 스님의 `직지'번역 및 강해(1998년) 등을 참조했음을 밝힌다.

스스로 생각해 말하기를 “병은 업으로부터 생겼고 업은 마음으로부터 일어남이라. 마음의 근원은 일어나는 것이 없거니 바깥이 경계가 어떤 모양이냐? 병과 업 및 몸이 모두 구름과 같고 그림자와 같도다.”이와 같이 관찰을 하고 난 다음에 뒤바뀐 생각이 없어져서 경안하기가 예전과 같았다. 여름이다가도 오히려 소득이 없음에 깊은 마음으로 부끄러워하여 몸을 활연히 크게 깨달아서 한 생각으로 밝게 사무치셨다.

병은 과거 전생의 악업으로부터 생겼고 업은 마음에서 일어난 것이지 다른 데는 없는 것이라는 것. 그러나 마음은 본래 생기는 것이 없고 본래 청정한 마음자리는 불생불멸이란다.

외경(外境)은 업이나 병, 몸이나 여러 객관의 세계 따위이다. 외부의 경계가 어떤 모양이 있느냐는 말은 외경이 본래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외경이 있어도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본래 실체가 없다는 것이겠다. 그것이 마치 있다가 없어지고 모였다가 흩어지는 구름이나 실체가 아닌 그림자와 같이 허망하다는 것이겠다.



병이 어디로부터 일어났느냐?/ 병은 업으로부터 났다.

업은 업으로부터 났느냐?/ 업은 허망으로부터 생겼다.

허망은 어디로부터 일어났느냐? / 허망은 마음으로부터 생겼다.

마음은 본래 나는 것이 없거니/ 병이 어디로부터 일어나겠느냐?

혜사 선사께서 그렇게 깨달으신 것이니 깊이 파고든 것이겠다. 마음은 본래 불생불멸로, 나는 것도 아니고 없어지는 것도 아닌데 병이 어디로부터 나왔겠느냐는 것이다. 그 말이 가장 핵심. 그러니 병도 본래 없다는 것이겠다.

중국불교에 천태선과 달마선 두 가지 종류가 있단다. 천태선은 경전이나 논()에 나오는 교법이고 달마선은 敎外別傳이라고 해서 數와 상관없는 법으로 닦는데, 아마 후대에 교외별전이라고 했을 것이란다.

7월 중순부터 9월까지 런던은 세계적인 클래식 페스티벌`프롬스(The Proms)'의 계절이란다. 유명연주자, 인기 있는 곡이라면 일찌감치 표가 다 팔리지만 당일에 조금만 부지런하면 입석을 살 수 있단다. 달랑 6파운드(9000원)가 채 안 되는 돈을 내고 입석표 한 장을 받아들 때는 돈은 적게 시간은 많이 투자했다는 묘한 성취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는 것이다. 맨 꼭대기 층에 올라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오케스트라를 내려다보다가 다리가 아프면 바닥에 눕는 사람. 자는지 음악을 듣는지 모르게 벽에 기대서 눈을 감은 노인, 친구들과 여럿이 와서 손가락으로 무대를 가리키는 고등학생도 보인단다. 이렇듯 다양한 사람들이 연주회에 온다는 것이 새삼스럽지 아니한가. 사람이 빽빽이 들어찬 아래층 무대 앞에서 까치발을 하고 연주자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 소년. 도시락을 싸와서 돗자리까지 펼치고 와인 한 잔 하는 가족도 있단다. 그 많은 사람이 와글와글 떠들다가 연주가 시작되면 한결같이 조용해진다니 눈물이 날 것 같다.

그곳 공연장에는 조용히 해야 한다는 규칙 같은 것은 없고, 모두 음악을 들으려고 자발적으로 귀를 기울이는 것뿐이라는 것. 그러니 본래 청정한 마음자리는 불생불멸이라는 것처럼, 음악은 자유. 즉 정신적인 자유, 마음의 여유이라는 것 아니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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