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특별한 효도
참 특별한 효도
  • 권재술<물리학자·전 한국교원대 총장>
  • 승인 2017.04.27 19: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요칼럼-시간의 문앞에서
▲ 권재술

옛날 이스라엘의 솔로몬과 에티오피아 시바 여왕의 이야기는 유명하다. 솔로몬은 이스라엘의 역대 왕 중에서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지혜가 많기로 유명했다. 그래서 솔로몬 시대에는 주변 여러 나라에서 금은보화를 가지고 와서 솔로몬의 지혜 배우기를 원했다고 한다. 그렇게 얻은 금은보화로 솔로몬은 황금으로 된 성전을 짓고 궁궐을 금은으로 장식했다.

그 옛날 에티오피아의 시바 여왕도 솔로몬의 지혜를 배우기 위해서 이스라엘을 방문했다. 시바 여왕을 본 솔로몬은 그 아름다움에 반해서 흑진주라고 묘사했다고 한다. 솔로몬은 여왕을 위해서 큰 연회를 베풀고, 저녁에 자기 침대와 나란히 여왕의 침대를 놓았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 챈 여왕이 솔로몬에게 부탁했다. “오늘 밤에 내 허락 없이 절대로 나를 범하진 마시오.” 이에 대해서 솔로몬은 흔쾌히 약속을 하면서 자기도 한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오늘 밤에 이 방안에 있는 소중한 것을 내 허락 없이 취하지 마시오.” 시바 여왕은 자기가 도둑도 아닌데 그럴 일은 없다고 약속했다. 여왕이 잠을 자다가 보니 몹시 갈증이 났다. 그때 마침 침대 맡에 물 한 컵이 놓여 있었다. 그래서 한 컵 쭉 들이키는데, 솔로몬 왕이, “그대는 왜 내 허락도 없이 그 소중한 것을 취하시오!” 시바 여왕은 “물 한 컵을 가지고 그게 무슨 금은보화나 된다고 그러시오?”

이에 솔로몬 왕이 정색하면서 “그러면 물보다 더 귀한 것이 무엇인지 말해 보시오!” 이에 시바 여왕은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왜냐하면 물보다 황금이 더 소중하다고 했다가는 “갈증이 나면 물 대신 황금을 마시라.”는 굴욕적인 농담을 들었어야 했을 테니 말이다. 그날 밤 여왕은 그만 솔로몬 왕에게 동침을 허락하고 말았다고 한다.

실화인지 아닌지 알 수는 없지만 이 이야기는 인간에게 진정으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생명체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생명을 유지하게 하는 일이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기와 물, 그리고 영양분일 것이다. 다이아몬드가 아무리 비싸도 그것이 우리 생명을 유지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공기와 물보다 더 소중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공기, 없으면 몇 분도 못 견디고 죽는다. 물, 없으면 며칠을 견디지 못하고 죽는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공기와 물은 지천으로 있다. 돈을 주지 않아도 숨 쉬고 마실 수 있다. 만약 공기와 물을 돈 주고 사야 한다면 가난한 사람들은 다 죽어야 할 것이다. 소중한 것이 공기와 물 뿐은 아니다. 흙, 풀, 나무, 돌, 이 모두 없으면 안 될 소중한 것들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아주 소중한 것들은 지천으로 널려 있다는 사실이다. 가장 소중한 것이 지천으로 있다는 사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비싼 것이 소중한 것이 아니라 소중한 것이 공짜라는 사실, 소중한 것, 그중에서도 가장 소중한 것이 공짜라는 사실, 이보다 더 큰 축복이 있을까?

그런데 이 소중한 것들이 오염되고 있다. 그래서 그저 먹던 것을 돈 주고 사 먹어야 할 세상이 되어 가고 있다. 물은 이미 돈을 주고 마셔야 할 세상이 되었다. 앞으로 공기까지 돈을 주고 마셔야 하는 세상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환경오염을 막고 환경을 보전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생명은 자연에서 나왔기 때문에 자연은 생명의 어머니다. 어머니는 생명을 출산할 뿐만 아니라 양육하는 주체다. 자연은 우리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를 만들고 양육하는 어머니 같은 존재다. 이 어머니가 병들고 있다. 이제 인간은 이 자연이라는 어머니에게 효도해야 할 때다. 어머니를 위해서라기보다 바로 우리 인간을 위해서 그렇다는 것이다. 환경보전이라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효도, 그것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