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슬로베니아
디어 슬로베니아
  • 강대헌 <에세이스트>
  • 승인 2016.08.25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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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헌의 소품문 (小品文)
▲ 강대헌

김이듬 시인은 슬로니베아 류블랴나의 “류블랴니차 강변을 산책할 때 즐라타 라디차라는 작은 펍(pub)에 들러 커피나 와인, 시납스라는 독주를 즐기곤” 했답니다. 저는 오늘 집 근처의 스타벅스에 들러 콜롬비아와 연관된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즐거운 독주처럼 마시고 있지요.

이곳의 분위기는 엄청 달라졌습니다. 음악을 들으며 소셜미디어(Social Media)를 하는 식으로 빈둥거리곤 하던 제가 오늘은 어찌된 일인지 책을 들고 와서 진득하게 앉아 있으니까요.

모든 게 김이듬 시인의 매력 때문입니다.

오늘 여기를 나설 때, 어쩌면 저도 그처럼 “자유로움과 버려짐이라는 양가적(兩價的) 심정 속에서 안갯속을 헤엄치듯 집으로 걸어 돌아갈지도” 모르겠군요.

“나를 떠나게 하고 다시 잠시 머뭇거리며 머무르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마음의 등이 꺼질 때까지 홀연히 나는 그 불빛 아래서 무엇을 쓰고 싶은 것일까?” 그가 던졌던 물음은 참으로 많이 우리를 망설이고, 서성거리고, 뒤돌아보게 만들기도 하는군요.

앞으로 92일 동안은 외롭지 않을 것 같습니다. 김이듬 시인이 “류블랴나, 피란, 블레드, 포스토이나, 프투이, 슈코찬, 마리보르, 돔잘레, 슈코피아로카 등을 천천히 걸었던 나날”이 있었으니까요. 그가 우리에게 사랑스러운 음성으로 “괜찮다, 괜찮다 말해”줄 테니까요.

김이듬 시인이 지은 ‘디어 슬로베니아(Dear Slovenia)’라는 책을 읽고 썼던 리뷰를 옮겨 본 것입니다.

오스트리아, 헝가리, 크로아티아, 이탈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슬로베니아는 아드리아해 연안에 위치한 국가인데 우리에게 그리 친숙하지는 않은 것 같군요. 아직 우리나라의 대사관도 없다고 하니까요.

오히려 슬로베니아보다는 피란(Piran)이란 도시가 덜 낯설지도 모르겠습니다. 조인성과 고현정이 연인으로 나온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Dear My Friends)’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동경의 대상이 되었으니까요.

김이듬 시인도 “슬로베니아에서 가장 각별한 장소가 어디냐고 묻는다면 나는 피란이라고 답하겠다. 그곳이 왜 각별하냐고 다시 묻는다면 지중해의 햇볕 아래 해안을 걷다가 조금 울었던 것 같아서, 라고 말할 것이다”라는 말과 함께 “조금 더 묘하고 비밀스러운 맛을 지닌 도시였다. 내게 비밀스럽다는 건 부자연스럽거나 은밀한 게 아니라 뭘 강요하지 않는다는 의미다”라는 말로 피란에 대한 소회(所懷)를 나타내기도 했답니다.

슬로베니아에 있을 때 누군가가 “지금 어디 있니”라고 묻는다면 “에두르지 않고 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다시 쫓기듯 살지는 않겠다. 슬로베니아가 어렴풋이 나에게 준 반향(反響)일까? 나는 최대한 자유롭고 게으르게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삶이라는 여행을 누려가겠다”라고 자문자답했던 김이듬 시인은 프랑시스 잠(Francis Jammes)의 ‘지상(地上)의 일들은 위대하다’라는 시를 포함해 7편의 시를 안내해 주기도 했습니다.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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