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과연 청렴한가?
나는 과연 청렴한가?
  • 심재덕<청주시 감사관실 주무관>
  • 승인 2016.05.19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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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2015년 12월 한국행정연구원은 ‘2015 사회통합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조사대상의 절대다수는 가족(96.1%)과 지인(83%)을 신뢰한다고 답한 반면 주요기관에 대한 신뢰도는 법원 35%, 검찰 34.3%, 중앙정부부처 31.9%로 절반에도 한참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신뢰도는 42%로 비교적 높지만 절반이 못되긴 매한가지다. ‘청렴성’에 대한 인식은 더 절망적이다. 국회(10.6%)부터 지자체(32.6%)까지 주요기관이 ‘청렴하다고 생각한다’는 답변은 신뢰도보다도 5~10%까지 떨어진다. 청렴도도 바닥이고 신뢰하지도 않는다는 국민이 절반이 넘는 것이다.

공공기관의 청렴성에 대한 인식이 이토록 낮았던 것이 물론 한 두 해의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런 지표가 눈에 더 들어오는 것은 필자가 마침 ‘청렴팀’으로 발령받았기 때문이다. 시청 감사관실 청렴팀으로 발령받고 채 사흘이 지나지 않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시청의 청렴도를 끌어올리는 중책을 맡은 부서의 구성원으로서, ‘나는 과연 청렴한가?’

본원적인 물음에 앞서 우선 ‘청렴’이란 무엇인가를 살필 필요가 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청렴(淸廉)’에 대해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음’이라고 광범위하게 규정하고 있고, 청렴에 대응하는 영어단어인 ‘integrity’는 ‘흠이 없는 온전함’으로 도덕적 해이의 반대개념이다. 결국 청렴은 완전무결한 ‘인품’과 ‘양심’, ‘도덕관’을 대변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의 얼굴이 100인 100색이듯 청렴에 대한 기준 역시 제각각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법령에 근거한 구체적인 액수를 기준 삼아 금품이나 향응을 수수한 경우를 말할 것이고, 누군가는 업무처리가 신속하지 못한 경우까지 청렴하지 못하다고 할 것이다. 실제로 국민권익위원회 청렴도 조사의 ‘부패 위험지수’라는 지표에는 절차의 적절성이나 투명성, 적극적 업무처리 노력이나 권한남용 여부까지 설문항목에 들어 있다. 이처럼 ‘청렴’의 기준은 굉장히 광범위하다.

청렴은 행동이나 습관, 말투에까지 끊임없는 자기검열과 반성이 요구되는 것이며, 공직에 있는 한 계속해서 채찍질해야 할 것이 된다.

다시 질문해본다. ‘나는 과연 청렴한가?’

청렴의 기준을 어디에 두건 이것 하나는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겠다. ‘나는 아직 온전히 청렴하지 않다. 나는 오늘보다 내일 더 청렴할 것이고, 끊임없이 청렴해 질 것이다.’

오늘보다 내일 더 청렴해지기 위해 나는 공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지켜야 할 원칙 하나를 세워본다. 사람에 대한 기준이면서 일을 처리하는 원칙은 사심없는 공명정대함이다. 다산 정약용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수령이 매우 엄하게 노하였는데도 곤장질이 오히려 가벼운 경우는 뇌물이 있었기 때문이고, 수령이 본래 말없이 조용하다가 곤장질이 갑자기 사나워진 경우는 앙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약용의 말을 하나 더 인용해보자.

저 유명한 저술 ‘목민심서’ 제12장 제2조 돌아가는 행장(歸裝)에서 정약용은 ‘淸士歸裝(청사귀장) 脫然瀟灑(탈연소쇄) 弊羸馬(폐거이마) 其淸飇襲人(기청표습인)’이라고 했다. 욕심 없이 공무를 수행하고 낡은 수레와 파리한 말 한 필 챙겨서 돌아갈 채비를 하는 목민관을 부드럽게 감싸는 맑은 바람은 우리 사회 전체에 산뜻하고 기분 좋은 바람을 일으키지 않을까?

욕심 없이 공명정대하게! 신념과도 같은 원칙으로 내일은 더 청렴해지자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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