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주저리(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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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대헌 <에세이스트>
  • 승인 2016.04.2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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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헌의 소품문 (小品文)
▲ 강대헌

“내가 옳으면 화를 낼 이유가 없고, 내가 틀리면 화를 낼 자격이 없다”라고 간디가 말했어요. 이유와 자격만 잘 가름해 찾아내도 곤란할 일은 만나지 않을 듯하군요.

얼마 전에 산문집을 낸 이재무 시인의 인터뷰 내용이 수더분했습니다. “소유하려 집착하고 울컥 분통을 터뜨리는 바람에 살면서 지은 죄가 수북하다.” “사는 일이란 하루하루 죄짓는 일에 불과하다는 것을 때늦게 천둥번개가 치듯 불쑥, 회한처럼 깨닫는다.” “내게로 왔던 것들은 언젠가 다 가게 마련이다. 젊은 날은 내게로 오는 것들만 눈에 띄더니 이제는 내게서 멀어지는 것들이 눈에 더 자주 밟힌다.”

인구가 30만 명도되지 않는 바누아트(Vanuatu)라는 작은 섬나라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작년 삼월에 사이클론 ‘팸’이 할퀴고 지나갔었는데 말이죠. 사방이 바다라고 해서 꼭 낭만적인 일들만 있는 건 아닌가 봅니다.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1001편(1001 Movies You Must See Before You Die)’이란 책에 나오는 영화들의 제목만 훑어보다가도 숨이 넘어갈 것 같군요. 이것들을 다 보기는 힘들겠죠? 한 편에 두 시간씩만 잡아도 3개월 정도는 모든 식음까지 전폐하고 영화만 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니까요. 물론 스티븐 제이 슈나이더(Steven Jay Schneider)가 뽑아 놓은 기준에 동의하는 게 선행조건이 되겠지만요. 두뇌를 파괴하는 대표적 요인이 스트레스와 매너리즘이라고 합니다.

뭔가 멋진 말을 하고 싶어도, 남긴 말들이 별로 없는 것 같아서 고민이랍니다.

목적어를 그대로 남긴 채 동사를 바꾸어 보는 연습을 해 봤어요. 꿈을 베다, 사랑을 헤엄치다, 그대를 날다, 나무를 읽다. 풍경이 바뀌는 체험이 펼쳐지더군요.

좀팽이처럼 살지 말아야겠다고 아침마다 마음을 다지지만, 쉽지 않아요. 이기는 대화가 아닌 지는 대화를 하고 싶은데 말이죠. 상대가 왜 그리했는지를 이해하려고 무진 애를 써야 하는데 말이죠.

무엇이 성공일까요? 랄프 왈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의 시는 참 좋더군요.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현명한 이에게 존경을 받고/아이들에게 사랑을 받는 것/정직한 비평가의 찬사를 듣고/거짓 친구의 배반을 참아내는 것/아름다움을 식별할 줄 알며/남들의 최상의 장점을 발견하는 것/건강한 아이를 낳든/한 뙈기의 정원을 가꾸든/사회 환경을 개선하든/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는 것/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단 하나의 생명이라도 살기가 더 나아진 것을 알게 되는 것/이것이 성공한 삶이다.”

무, 당근, 연근, 마늘, 고구마, 감자, 마, 양파, 생강 등이 몸에 유익하답니다. 이런 뿌리채소들을 많이 드시길 바랄게요.

제 주변에 대해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을게요. 당분간요.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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