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도 팔자
걱정도 팔자
  • 김기원<편집위원·청주대 겸임교수>
  • 승인 2016.01.13 1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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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 김기원

당신만 걱정이 있는 게 아닙니다. 권력을 쥔 왕후장상도, 돈 많은 재벌도, 고매한 인격자도, 인기 절정의 연예인도, 저마다 이런저런 걱정거리를 안고 삽니다.

그렇습니다. 세상에 걱정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있다면 걱정으로 인해 더 강해지는 사람과, 걱정으로 인해 나약해 지는 사람이 있을 뿐입니다.

아무튼 걱정은 사람을 힘들게 하고 삶을 피폐케 합니다. 돈 때문에, 짐 때문에, 자식 때문에, 지병 때문에, 명예 때문에, 이놈의 때문에 들이 걱정을 하게 합니다.

평생 짊어지고 살아야 할 걱정도 있고, 나이에 따라서 처지에 따라서 잠시 왔다가 사라지는 걱정도 있습니다. 먼 미래에 있을지도 모를 불확실성에 대한 걱정, 가까운 시일 내에 닥쳐올 예견된 걱정, 당면한 현재진행형 걱정이 있습니다. ‘걱정은 두려움의 어머니다’라 했습니다. 죽으면 어떡하지, 주식이 반 토막 나면 어떡하지, 남편이 실직하면 어떡하지, 사업에 실패하면 어떡하지, 이번에 승진 못 하면 어쩌지, 강도를 만나면 어쩌지, 비행기가 추락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에는 모두가 잘못될 것에 대한 두려움이 내재해 있습니다.

아무튼 사람들은 별별 걱정을 하며 삽니다. 돈 걱정, 건강 걱정, 자식 걱정, 노후 걱정뿐만 아니라 교통사고나 천재지변 같은 예기치 않게 닥치는 불행까지 걱정에 끝이 없습니다. 아무튼 걱정의 기저에는 소유와 집착과 불안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중국 고사에 기우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면 어디로 피해야 할까’를 놓고 침식을 잊은 채 왼 종일 걱정한 사람이 있어서 유래된 말입니다. 요즘도 그런 쓸데없는 걱정으로 시간을 죽이는 어리석은 자들이 있습니다.

욕심과 집착은 비우면 편해집니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으면 가벼워집니다. 까짓것 실패하면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날 거야 하면 걱정이 날아갑니다. 조물주는 인간에게 근심 걱정을 주었지만, 감사와 긍정이라는 백신도 주었습니다.

그 백신을 잘 쓰는 자는 걱정을 이기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나, 그렇지 못한 자는 걱정의 늪에 빠져 불행한 삶을 살게 됩니다. 인간의 행ㆍ불이 그렇게 갈립니다. 걱정은 고통스럽고 힘든 것이지만 그 자체가 해악은 아닙니다. 미리 준비하고 대비케 하는 순기능도 있기 때문입니다.

병법에 ‘유비무환’(有備無患)이란 구절이 있습니다.

미리 준비가 되어 있으면 걱정할 게 없으니 평소에 외침과 환란에 대비하라는 경구입니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심신을 단련하고, 재테크를 하고, 보험도 들고, 비자금도 조금씩 마련합니다.

영국의 작가 G.K.체스터슨은 ‘걱정거리란 어린아이와 같다’고 했습니다.

보살피고 돌볼수록 쑥쑥 자라나는 어린아이 같고, 굴리면 굴릴수록 커지는 눈덩이처럼 걱정도 하면 할수록 커집니다. ‘짜증을 내어서 무엇 하나/ 성화를 내어서 무엇 하나/ 인생 일장춘몽인데’라는 민요 가락이 있습니다.

100년도 못사는 짧은 인생 걱정으로 허송세월할 순 없습니다. 걱정도 팔자입니다만 팔자도 고칠 수 있습니다. 여태껏 걱정을 팔자처럼 하고 있었다면 팔자를 고치기 바랍니다. 걱정한다고 걱정이 해소되지 않습니다.

버려야 없어지는 이놈의 걱정, 과감히 버리고 떨쳐버리세요. 아무튼 죽음조차도 감사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경지에 오르면 걱정 따윈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세상만사가 춘몽 중에 덧없이 가고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참 걱정도 팔자입니다.

/편집위원·청주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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