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음악협회 송년음악회
충북음악협회 송년음악회
  • 김기원<편집위원·청주대 겸임교수>
  • 승인 2015.12.23 1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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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 김기원

이틀 전 절친 후배 부부와 청주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서 ‘쏠리스트앙상블’ 공연을 감상했습니다.

충북음악협회(회장 강희경)가 2015년 송년음악회로 ‘쏠리스트앙상블’을 초청해 모처럼 남성합창의 진수에 흠뻑 빠졌습니다.

사실 답답하고 짜증스럽기 그지없던 2015년이었기에 송년음악회라도 가슴 뻥 뚫어주는 시원한 공연이었으면 했습니다. 이런 속내를 아는 듯 ‘쏠리스트앙상블’은 크리스마스 캐럴과 희망의 메시지가 담긴 외국가곡과 한국민요를 선곡해 기대에 부응했습니다. 관중은 환호했고, 한줄기 빛과 같은 따뜻한 위안이 객석을 휘감았습니다.

‘쏠리스트앙상블’은 대한민국에서는 내로라하는 성악가 70여 명으로 구성된 남성합창단입니다. 대학에서 후학들을 가르치는 현역 음대교수들과 은퇴한 명예교수들이 노·장·청의 조화를 이루어 멋진 화음을 창출하는 아주 특별한 합창단이죠.

단원 모두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성악계의 큰 별들이라 그들 모두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가슴 벅찬 무대였고, 삶에 찌든 시름을 잊게 해준 행복한 공연이었습니다.

전국 각지에 흩어져 활동하고 있는 성악가들이라 한자리에 모여서 연습할 기회도 없을 터인데 어쩜 그런 멋진 화음을 낼 수 있는지 놀라웠습니다.

그들도 인간인지라 실수할 수 있고 부조화를 초래할 수 있는데 그들 특유의 끈끈한 인화와 음악적 내공으로 이를 극복해내는 노련함이 돋보였습니다.

역시 프로는 달랐습니다. 1테너, 2테너와 바리톤과 베이스의 경계를 느끼고 맛볼 수 있는 아스라함과 네 음역이 융·복합해 내는 무지갯빛 화음은 감탄 그 자체였습니다. 여성합창이 인간의 마음을 울리고, 남성합창은 인간의 영혼을 울린다는 가설을 ‘쏠리스트앙상블’이 입증했습니다. 앙코르를 두 곡이나 더 청해 듣고, ‘사랑으로’라는 가요를 다 함께 부르고 난 뒤 귀가하는 청주의 밤하늘은 어느 때 보다도 포근하고 사랑스러웠습니다. 이게 바로 예술의 힘이고 음악이 주는 마력입니다.

하여 송구영신하는 세모에 이런 고품격 음악회를 기획하고 성사시켜 충북도민들에게 선사해준 충청북도음악협회 강희경 회장님을 비롯한 도내 음악인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를 표합니다.

본 공연이 충북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충북문화예술 육성지원사업’으로 선정되어 빛을 본 공연인데 공연티켓 수익금을 어려운 협회의 기금으로 쓰지 않고 공동주최한 청주MBC에 불우이웃돕기성금으로 기탁해 잔잔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목하 예술의 시련기입니다. 예술시장이 얼어붙어 도내 모든 장르의 예술계와 예술인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혼신의 힘을 다해 그린 그림과 넋을 쏟아 부은 시집은 팔리지 않고, 연극과 무용과 음악회에 유료관객의 발길이 끊긴지 오래입니다. 주민들의 사랑과 존경은커녕 투 잡을 하지 않으면 당장 먹고 살기도 어려운 형편들입니다.

충북음악계와 음악인들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음악인들의 무대 위 모습은 화려하고 멋져 보이지만, 실상은 매우 어렵습니다. 개런티도 보잘 것 없는데, 공연도 많지 않아 무대에 설 수 있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해야 합니다. 영재 소리 들으며 외국유학까지 다녀와도 악단이나 교직에 들어가기가 하늘에 별 따기입니다.

음악은 삶의 비타민입니다. 비타민 없는 건강을 기대할 수 없듯이 음악 없는 행복한 삶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음악이 살아야 합니다. 음악을 살려내야 합니다.

충북도도 음악의 르네상스를 열 수 있도록 지원정책을 강화해야 합니다. 음악이 살아 숨 쉬는 세상을 위해 건배!

/편집위원·청주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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