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병과 걸림돌
복병과 걸림돌
  • 김기원 <편집위원·청주대 겸임교수>
  • 승인 2015.12.09 19: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기원의 목요편지
▲ 김기원 <편집위원·청주대 겸임교수>

사람은 저마다의 역할과 감내해야 할 짐들이 있습니다. 결코 만만하지 않은 역할과 짐들이지요. 학생은 공부살이로, 직장인은 직장살이로, 부모는 자녀살이로 힘들고 고달픕니다. 돈 때문에, 사랑 때문에, 지병 때문에, 자신의 한계 때문에 웃고 웁니다. 그 놈의 ‘때문에'들이 사람을 피곤하게 하고 지치게 합니다.

사람은 저마다 꿈과 야망이 있습니다. 나만 꿈이 있고, 나만 야망이 있는 게 아니라서, 같은 꿈과 비슷한 야심을 가진 사람끼리 경쟁을 하며 사는 게 세상사입니다. 이러한 경쟁이 인간의 삶을 고단하게 하지만, 선의의 경쟁은 인류문명을 진화·발전시키는 추동력이 됩니다.

그러나 참으로 야속한 게 인생살이 입니다. 살만하니 아프고, 철드니 늙고, 뒤늦게 잘해보려 하면 몸이 말을 잘 듣지 않습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발목 잡고, 갈 길은 먼데 붙잡고 놓아주지 않습니다.

이처럼 툭하면 나타나 훼방을 놓는 게 바로 복병과 걸림돌입니다. 아무튼 인생항로에는 수많은 복병과 걸림돌이 있습니다. 예기치 않은 복병을 만나 심한 고초를 겪기도 하고, 걸림돌에 넘어져 망신살이 뻗치기도 합니다.

거친 파도를 극복할 수 있는 내공을 쌓으며 살지만, 만경창파에는 변화무쌍한 기상이변과 크고 작은 암초들이 널브러져있어 늘 긴장하고 깨어있지 않으면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고 맙니다.

복병(伏兵)의 사전적 의미는 적을 기습하기 위하여 적이 지날 만한 길목에 군사를 숨김 또는 그 군사입니다. 일상에서 예상하지 못한 뜻밖의 경쟁 상대를 만나는 걸 말합니다. 걸림돌의 사전적 의미는 길을 걸을 때 걸려 방해가 되는 돌 또는 일을 해 나가는 데에 걸리거나 막히는 장애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큰일을 할수록, 도전의 목표가 높고 클수록 더 센 복병과 더 큰 걸림돌을 만납니다. 복병과 걸림돌은 시련의 다른 말입니다.

파도가 있어야 바다인 것처럼 복병과 걸림돌이 있어야 인생입니다. 건강에도 복병과 걸림돌이 있고, 사랑에도 복병과 걸림돌이 있습니다. 직장에도, 사업에도, 심지어 신앙에도 복병이 있고 걸림돌이 있습니다. 아니 언제 어디서 어떻게 들이닥칠지 모르는 게 복병이고 걸림돌입니다. 아무튼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복병과 걸림돌에 무릎 꿇거나 넘어져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부류와, 맞서 싸워 이기거나 넘어져도 오뚝이처럼 일어나 기어이 갈 길 가는 부류입니다.

전자는 낙오자의 대열에 후자는 성취자의 대열에 서게 되겠지요. 그러므로 꿈을 이루려면, 낙오자가 되지 않으려면 복병을 제압하고, 걸림돌을 제거하는 역량을 키워야 합니다.

제압할 수 없는 복병을 만나면 타협하고 협상하는 것도, 제거하는데 기회비용이 많이 드는 걸림돌을 만나면 피하거나 우회하는 것도 지혜이고 역량입니다.

객기와 만용은 용기가 아닙니다. 잠시 피한다고 지는 게 아닙니다. 때론 백보 전진을 위해 일보 후퇴하는 용기도 필요합니다.

니체는 ‘배는 항해가 목적이고. 인간은 초인을 향한 항해가 목적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초인이면 어떻고 아니면 어떻습니까?

어떤 복병에도 굴하지 않고, 걸림돌에 넘어져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 갈 길을 가는 범부들이 있어 세상은 아름답습니다.

그런 씩씩한 범부들을 사랑합니다. 운수불길해 넘어지고 쓰러진 이 땅의 범부들이여 일어나십시오. 툴툴 털고 일어나 씩 웃으며 가던 길 뚜벅뚜벅 가시기 바랍니다. 복병과 걸림돌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각자의 마음속에 있습니다. 그 복병과 걸림돌을 통해 더 단단해지는 당신이기를!

/ 편집위원·청주대 겸임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