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추가절에
중추가절에
  • 김기원 <편집위원·청주대 겸임교수>
  • 승인 2015.09.23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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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사흘 후면 추석이다.

올해 추석은 대체휴일까지 덤으로 있어 나흘간의 명절연휴를 맞게 되었다.

바야흐로 중추가절이다.

휘영청 밝은 한가위 보름달을 그리며 그대에게 가을 편지를 쓴다.

추석을 맞기까지 우리 국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참으로 고단한 삶을 살았다.

메르스에 잔뜩 주눅 들었고, 모진 가뭄에 시달렸고, 살인더위에 지쳤으며, 일촉즉발의 남북대치에 가슴 졸였고, 전범국 일본이 전쟁길을 튼 고약한 정국을 우려의 눈길로 지켜봐야 했다.

그런 가운데도 정신줄 놓지 않고, 좌절하지 않고, 굳세고 꿋꿋하게 살아온 그대는 우리 민족의 표상이다. 그러므로 그대의 이번 중추가절은 그 어느 해보다 복되어야 한다.

중추가절(仲秋佳節)의 사전적 의미는 음력 팔월의 좋은 가을철 또는 음력 팔월 보름의 좋은 날이라는 뜻으로 ‘추석’을 달리 이르는 말이다.

중추가절이란 말속에는 가을에 곡식이 익어 계절이 풍요롭고 거기에 사람이 있어 더욱 좋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가을절기(秋節)에 가운데 중(仲)과 아름다울 가(佳) 자에 들어있는 사람인(人) 자가 이를 상징한다.

중간 위치의 사람을 중심으로 위아래의 사람이 한데 모여 한 해의 결실을 나누고 조물주에 감사드리는 게 중추가절의 핵심덕목이다.

중추가절의 백미는 달이고 달빛이다.

옛 시인묵객들은 ‘가을은 달빛이 있어야 더욱 빛난다.’ 라며 추월양명휘(秋月楊明輝)라고 가을 달을 찬양했다.

또 ‘달의 모양은 항상 바뀌어 보이지만 달은 한 번도 모양이 바뀌지 않는다’ 라며 월도천휴여본질(月到千虧餘本質)임을 노래했다.

달처럼 문제나 현상은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바뀌지만 본질은 바뀌지 않으니 생각의 관점과 다양성의 필요성을 은유했고, 인간의 좁은 시야를 경계했다.

오늘도 저 달은 그대에게 자기만의 생각에 갇혀있지 말고 사유의 폭을 넓힐 것을 주문하고 있다.

아무튼 한가위 보름달은 해마다 뜨고 지지만 그 보름달의 진정한 가치는 달을 사랑으로 보듬는 자에게 있다.

한가위 보름달이 소중하고 의미 있는 것은 그대와 내가 한마음으로 바라보고, 그대와 그대의 가족들이 함께 바라보는데 있다. 그래서 추석이 좋고 중추가절이 아름다운 것이다.

그대에게 이른다.

추석경기가 예전같이 않다고 노하지 마라.

세상인심이 예전만 못하다고 슬퍼하지 마라.

느는 건 한숨이고 주름뿐이라고 서러워 마라.

정치인들이, 나라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성내지도 마라. 요즘 일이 잘 풀린다고 거만 떨지도 말고, 일이 꼬인다고 좌절하지도 마라.

달은 차면 기울고 기우면 다시 차니, 일비일희하지 말고 매 순간 서로 사랑하라. 왼손이 오른 손톱을 깎아주고, 오른손이 왼 손톱을 깎아주듯 그렇게 서로 아끼고 섬기면 행복은 그대 것이다.

올 중추가절엔 메르스 때문에, 가뭄과 더위 때문에 남북대치 때문에 놀란 가슴 말끔히 쓸어내리고 가을의 결실과 중추가절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라.

그대는 그럴 자격이 충분히 있다. 그러므로 마음껏 누리고, 충전하라.

그리고 온전히 힐링하라. 지금 그대는 가는 세월에 늙어 가는 것이 아니라, 묵을수록 깊은 맛을 내는 포도주처럼 곱게 익어 가는 중이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듯이, 곧 겨울이 온다. 중추가절이 선한 그대를 부른다.

복되어라 추석명절./편집위원 청주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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