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해지는 하루되세요
편해지는 하루되세요
  • 윤원진 기자
  • 승인 2015.09.17 1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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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 윤원진 차장(충주주재)

“숲에서 참나무는 소나무를 보고 ‘넌 잎이 왜 그렇게 뽀족하니?’하거나, 소나무가 참나무한테 ‘넌 잎이 그렇게 못생겼니?’하지 않습니다. 숲은 불편하더라도 이렇게 배려하고 어울려 사는 공간이지요. 우리들 세상도 이렇지 않을까요?”

매일 아침 SNS 알림 소리에 스마트폰을 열어보면 반가운 글귀들이 눈에 들어온다. 때로는 시 한 구절에서, 때로는 어느 사진작가의 표현에서, 때로는 신문에 실린 칼럼 등에서 가져 온 문구들이다. 게시자는 이 인용문들 말미에 자신의 느낌을 소탈하게 적으며 독자들의 아침을 성찰의 시간으로 바꾸고 있다. 

글을 보내주는 사람은 충주시의회 사무국에 근무하는 이창재 홍보팀장이다.

하지만 이 팀장이 업무상 각 언론사에 전달하는 글들은 그가 SNS를 통해 보내주는 ‘좋은’ 글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최근 의장의 여성 공무원 성추행 혐의 판결, 의원들의 업체선정 외압 논란 등으로 시의회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충주시공무원노조와 대립각을 세우는 상황이라서, 의회사무국 홈보팀 이 팀장은 공무원이면서도 의회의 입장을 대변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현재도 의회는 성추행 1심 판결에 대해 함구하는 상황이며, 외압 논란에는 최근 최용수 부의장이 나서 의혹을 전면 부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6일 공무원노조는 의회동 앞에서 집회를 갖고 의장과 의장단 동반 사퇴와 진정어린 사과를 시의회에 촉구하며 장외투쟁을 선포했다. 이날부터 사퇴를 촉구하는 현수막을 시내에 내걸고 시민들을 대상으로 의장직 사퇴 서명운동에 돌입한 상태다.

시민들의 눈초리는 당연히 싸늘하다. 매번 집안싸움만 하는 시의회와 집행부의 갈등이 지겹다는 반응이다. 

부정과 불통, 헐뜯기와 매도 등이 판을 치니 그럴만도 하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긍정과 소통, 칭찬과 인정 등은 찾아볼 수 없다.

정치에 여야가 있다면 시정에는 시의원과 공무원이 있다. 명분을 가진 바른 고집과 다툼이라면 시민들은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가 그렇듯 지금의 시정도 소모적으로 보이는 건 마찬가지다. 언제나 그랬듯 작은 용기와 결단, 그리고 실천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창재 팀장은 “소통이 잘돼서 협력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면서도 “갈등이 꼭 나쁜건 아니다. 이를 통해 더욱 발전적 방향으로 나가면 오히려 에너지가 생길 수 있다”고 현 상황을 평가했다.

이런 상황을 대변할 좋은 글귀가 있어 소개한다. “나무는 태울 때만큼 썩을 때도 같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낸다네요, 나무토막은 무생명인데 어떤 고집이 느껴집니다. 누가 그랬지요, 내가 변해야 내가 편해진다고요. 부드럽게 변해서 편해지는 하루되세요.^^” 이 팀장에게 지난달 28일 오전 9시 12분에 받은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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