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을 취재하기 전 나는 언론사에 들어온 지 9개월 만에 드디어 교육청에서 가장 큰 행사(?)를 본다는 기대감으로 들떠 있었다.
국감이란 국회가 국정 전반에 관한 조사를 하는 감사를 말하며 감사란 감시하고 비판한다는 뜻이기에 이것이 진행되는 국감을 기대했다.
그러나 이번 경북교육청에 열린 국감은 마치 국사 교과서 국정화 찬반 토론 현장 같았다.
국회의원이 한 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시간이 없으니 서면으로 제출하세요”였다. 자신이 준비해온 질의조차 하지 못하고 대부분의 보고를 서면으로 처리할 것이라면 ‘왜 굳이 나랏일을 하는 수백 여명의 사람들이 바쁜 시간을 쪼개 만나야 할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지난 1년 동안 각 교육감이 정책 이행을 어떻게 해왔는지를 점검하고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질책한 후 교육감의 대책을 듣기에 5~6시간은 매우 짧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대면으로 답변을 들어야 할 정말 필요한 질의를 하며 더욱 효율적으로 시간을 써야 하지 않았을까. 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각 의원의 질문과 교육감 3명의 답변은 복사 후 붙여 넣기 하듯 대부분의 시간 동안 반복돼 듣는 이들을 고달프게 만들었다.
또한, 열심히 준비한 의원도 있었지만 단지 자리를 채우기 위해 앉아있는 듯한 의원도 있었다.
한 의원은 충북·경북·대구의 자료가 있음에도 전북의 학생 성폭력 비율 증가 자료를 보이며 “다른 지역도 그럴 것으로 유추되니 조심하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교육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전문상담교사 배치 계획에 대해 교육감이 어떻게 할 것인지 보고하라고 하고 자신도 당황해 했다.
취재 후 주위 선배들에게 국감에 대한 실망감을 토로했더니 “국감 원래 그런라는 말이 돌아왔다.
개선되지 않는 고질적인 문제점이라는 것으로 들렸다.
국감의 비효율적인 운영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인데 국회의원은 1년에 한 번 열리는 국정감사의 무게를 충분히 느끼고 다음해 국감에는 서면보고 접수자나 이슈토론 참가자가 아닌 교육감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진정한 감사위원으로 참여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새내기 기자의 철없는, 아니면 세상 물정 모르는 푸념일 수도 있지만 첫 국감 취재 현장에서 본 국회의원들에 대한 실망은 컸다.
평소 못마땅하게 바라봤던 되나가나 정치인들을 비난하는 사람들의 심정이 이런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해 봤다.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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