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깎는 그대에게
손톱 깎는 그대에게
  • 김기원 <시인·문화비평가>
  • 승인 2014.08.27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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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김기원 <시인·문화비평가>

‘아무리 잘난 사람도/ 오른손이 오른 손톱을/ 왼손이 왼 손톱을/ 깎을 수 없어/ 왼손과 오른손이/ 사이좋게/ 서로 깎아주고/ 다듬어줘야 해/ 나는 너의 거울이 되고/ 너는 나의 반사경이 되어/ 서로 비춰주며 사는 거야’

얼마 전 ‘고도원의 아침편지’가 인용해 유명세를 탄 ‘손톱을 깎으며’라는 필자의 시다.

그렇게 손톱을 깎듯이 사는 게 바로 세상살이고 인생살이란 걸 말하고 싶었다.

사람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무시로 손톱을 깎는다.

웃자란 손톱을 깎을 때 왼손이 오른손을, 오른손이 왼손을 조심스럽게 깎아주듯 그렇게 서로 돕고 배려하며 살아야 한다고 손톱은 가르친다.

손톱이란 손가락 끝에 붙어 있는 딱딱하고 얇은 조각으로 손가락 끝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손톱이 날카로우면 남을 꼬집거나 할퀴는 무기도 되거니와 때론 자신의 얼굴과 몸에 생채기를 내는 자해도구가 된다. 아무튼 너무 웃자라면 생활에 불편을 끼치는 계륵 같은 존재이다.

그래서 손톱이 웃자라면 정갈하게 깎아주어야 하는 것이다.

지 아무리 잘난 사람도 손톱깎이나 가위로 오른손이 오른손을 깎을 수 없다. 남이 깎아주지 않는 한 반드시 왼손이 오른손을, 오른손이 왼손을 깎아주어야 한다.

세상에는 못난 사람도 있고 잘난 사람도 있다.

잘난 사람과 못난 사람들이 어울려 공동체를 이루고 사는데 잘난 사람이 못난 사람을 괄시하거나 홀대하고 못난 사람이 잘난 사람들을 미워하거나 적대시 하면 공동체는 쉬 붕괴되고 미래가 없는 죽은 사회가 된다.

그러므로 잘난 사람들은 못난 사람들 때문에 자신들의 존재가치가 빛남을 알고 그들에게 모든 공을 돌리는 감사와 겸손의 삶을 살아야 한다.

못생긴 나무가 선산을 지키듯 못난 사람들은 못났다고 기죽지 말고 잘난 사람들이 공동체를 위해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배려하며 당당하게 살 일이다.

오른손이 있으면 왼손이 있듯이 남자가 있으면 여자가 있고 음이 있으면 양이 있다.

오른손이 남자요 양이라면 왼손은 여자요 음이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낳아 인류를 지속가능하게 한다.

오른손이 왼손 손톱을, 왼손이 오른손 손톱을 조심조심 정성스럽게 깎아주듯 사랑하는 이는 그렇게 상대를 정성을 기울여 배려하고 보살핀다.

손톱을 깎다 자칫 잘못해 생살을 자르면 심한 고통이 따르듯 부부도 연인도 친구도 모두 이와 같아 늘 조심하면서 서로 보듬어주고 감싸줘야 한다.

오른손이 보수요 우익이라면 왼손은 진보요 좌익이다.

보수와 우익이 웃자란 자신을 스스로 자를 수 없듯이 진보와 좌익도 웃자라면 스스로 자를 수 없다.

보수와 진보가, 좌와 우가 서로 견제와 비판으로 웃자람을 방지하고 논에 피를 뽑듯 웃자란 탐욕을 수시로 잘라내야 한다.

사회는 그런 보수와 진보의 팽팽한 긴장감과 건강한 경쟁을 통해 진화 발전한다.

사람들은 저마다 미운 정 고운 정을 만들며 산다.

미운 정이 지나치면 좋았던 사이도 철천지 원수가 된다.

그를 보면 내가 보이고 나를 보면 그가 보이는 거울 같은 사람, 지난날들이 반추되는 반사경 같은 사람을 가진 자는 정녕 행복한 사람이다.

손톱은 절로 자란다.

꿈과 힘은 자꾸만 오그라드는데 원하지도 않는 손톱은 쉬지 않고 자란다. 잠을 자도, 일을 해도, 나이가 들어도 자란다.

손톱은 탐욕의 또 다른 이름이다.

손톱이 말한다. 눈에 보이는 손톱만 깎지 말고 내면에서 꿈틀대고 있는 물욕 색욕 승부욕 명예욕들도 잘라내라 이른다.

손톱 깎는 그대에게 진정 그리하라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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