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성안길 '우리옷'
청주 성안길 '우리옷'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4.01.28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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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집과 떡집 주인을 통해 본 달라진 설 풍속도
한복집과 떡집 주인을 통해 본 달라진 설 풍속도"예전처럼 문전성시 다시 올 것 믿어"

침체기지만 미래 희망적…기모노처럼 소장가치 높일 것"

매장 정리로 하루 시작

손바느질·염색 등 작업

디자인회사 근무 딸 출근

현대감각 매치 한복 구상

설 명절이면 눈길을 끄는 곳 중 하나가 한복집이다. 언젠가부터 양장에 밀려 평소복에서 명절 옷으로 인식된 전통한복은 이제 명절이나 결혼식 등 의식행사에서만 입는 특별한 옷이 됐다.

그래서인지 요즘 한복집은 명절을 앞두고도 예전처럼 크게 분주하지는 않다. 한복집의 달라진 설 맞이 풍속도이다.

청주시내 성안길 한복의 거리 ‘우리옷’매장. 전통을 바탕으로 현대인들의 감각에 맞게 디자인해 한복의 생활화를 유도하는 이곳 주인 신은자씨(60)의 설 전 하루 일상을 통해 설 명절에서의 달라진 한복 문화를 가늠해 봤다.

◈ 설 준비하는 신은자씨의 하루

◇ 오전 9시

출근하자마자 매장부터 정리한다. 아름다운 한복의 자태를 보여주는 쇼윈도 마네킹의 옷도 갈아입히고 늦게까지 바느질 작업하느라 어수선해진 작업실도 깨끗하게 청소한다.

◇ 오전 10시

손님을 맞기 위한 준비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하루의 일과가 시작된다. 한복의 수요가 많지 않아 예전의 설 대목은 사라졌지만 그래도 명절을 앞두면 기대치도 커진다. 올 설 명절에는 남성용 배자 한복 주문이 들어와 설 전에 입을 수 있도록 마무리해야 한다.

◇ 오전 11시

작업실에서 바느질과 다림질을 한다. 다른 한복집과는 달리 손바느질과 염색을 직접 하다 보니 한 벌의 한복을 만드는데도 두 배의 시간이 든다. 배자는 저고리 앞섶을 꼼꼼하게 바느질해야 멋스러운 한복의 자태가 드러난다. 작업하던 중 한복 하는 친구 분이 찾아왔다. 쇼윈도의 한복을 둘러보고 요즘 한복 시장과 근황에 대해 얘기를 나눈다.

◇ 오후 12시 30분

정해진 식사시간은 없지만 손님이 없을 때 식사해야 때를 놓치지 않는다. 점심은 집에서 싸온 도시락으로 해결한다. 작업실 옆이 주방이다. 냉장고와 주방용품이 갖춰져 있어 웬만한 식사는 이곳에서 모두 가능하다.

◇ 오후 1시 30분

딸 주희가 출근했다. 서울에서 디자인 회사에 다니는 딸은 주말이면 엄마의 매장으로 출근해 한복 노하우를 배운다. 전통한복을 하는 엄마와 현대감각의 디자인을 배운 딸의 매치는 신은자씨만의 특별한 우리 옷으로 탄생된다. 모녀의 찰떡궁합이 ‘우리옷’의 미감을 더해준다.

◇ 오후 3시

오가는 사람도 없어 매장은 한가하다.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시간에 작업을 한다. 하루에 저고리 하나를 바느질할 정도로 손이 빠른 신씨지만 무리한 작업보다는 일상을 즐기면서 일을 하려고 한다. 답답할 때는 시내도 한 바퀴 둘러보고 다른 한복집에 걸린 의상도 구경한다.

◇ 오후 6시

어둑해지는 이 시간이면 시내 매장도 사람 찾기가 어렵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오늘 해야 할 일거리를 마무리한다. 새로운 한복 디자인을 구상하거나 천연물감으로 물들인 천 지갑과 소품도 제작한다.

◇ 오후 9시

쇼핑 1번지로 유명세를 탔던 청주 성안길이지만 밤 9시면 어둠에 싸인다. 화려한 쇼윈도 불빛도 하나 둘 꺼지고, 유리창에 알록달록하게 모자이크가 투영됐던 한복의 색채도 어둠에 가려 빛을 잃는 시간이다. 신은자씨의 하루 일과가 끝나는 시간이다.

40여 년 바느질로 생활하며 한복의 전성기와 침체기를 다 겪은 신 대표지만 설 명절을 준비하는 마음은 여전히 설렌다. 다른 어느 때보다 우리의 옷을 찾고 입는 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복 수요는 예전만 못하다. 이따금 아는 사람들을 통해 들어오는 주문 옷이 전부다.

신 대표는 “한복의 최고 전성기는 70~80년대였다. 그때는 설이든 추석이든 명절을 앞두고는 밀려드는 주문에 정신이 없었다”며 “지금은 명절이라고 해서 한복을 굳이 고집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고 말했다.

수요가 줄어들면서 문 닫은 한복집도 많다. 신 대표도 2년 전 매장을 이전하며 한복 일을 접을까도 생각했다고 한다.

“한복 수요가 줄어들면서 남편은 돈도 되지 않으니 접으라고 했다. 하지만 평생 해온 일인데 접기가 쉽지 않았다”는 신 대표는 “그래도 오래된 단골손님들이 잊지 않고 찾아와 가게의 명맥은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침체된 한복업과 상관없이 일을 놓지 않는 것은 한복에 대한 자부심 때문이다. 자신의 손끝에서 완성된 한복이 아름답게 탄생될 때의 기쁨이 신 대표를 일하도록 하게 한다.

그리고 자신이 평생 걸어온 이 길을 야무진 손끝을 닮은 딸 주희에게 물려줄 생각이다. 지금이 침체기라고 해서 미래마저 어두운 것은 아니다. 일본의 기모노처럼 한복도 소장가치가 높은 옷으로 주목받을 날이 머지않았다는 게 신 대표의 생각이다.

신 대표는 “명절이라고 해도 예전같지 않지만 한땀 한땀 수작업으로 만든 한복은 전통의 맥과 함께 아름다운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며 “때문에 명절이면 예전처럼 다시 한복집이 문전성시를 이룰때가 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희망을 노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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