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이여 자신있게 프로포즈하라
여성들이여 자신있게 프로포즈하라
  • 박상옥 <다정갤러리 대표·시인>
  • 승인 2012.04.24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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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박상옥 <다정갤러리 대표·시인>

사랑이 행복에 꼭 필요한가. 의심할 것도 없이 맞는 말이다. 그러나 세상은 행복의 조건 중에 사랑이 절대적이진 않다고 말한다. 따라서 모든 사랑은 절대적으로 충분하지 않다.

한 쌍의 이루어진 사랑은 언젠가 환멸을 가져온다. 사람이 함께 사랑을 나누고 행복이란 옷을 입히는 것만으로 완전하다면, 인류는 일찍 천국을 만든 것이 아니라 일찍 망해버렸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엔 이면이 있어서 사랑조차도 이면이 있기 때문이다. 사랑자체는 물리적으로 배를 불리는 것이 아니다.

돈, 권력, 지위처럼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다. 눈으로 보이는 먹을 것과 입을 것, 머물러 잠자는 곳에 목숨을 걸던 인류는, 이젠 눈에 보이지 않는 문제에 당면해 있다. 과거 공동운명체인 나라들이 영토나 돈이나 눈에 보이는 것 때문에 전쟁을 했다면, 변함없이 공동운명체인 부부나 연인이나 개인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 때문에 보이지 않는 전쟁을 한다.

이 사회는 과거 낭만주의 시대에 생의 전부라고 했던 사랑이 맹목과 일탈의 위험을 품고 있음을 알아버렸다. 문제는 결혼이다. 사랑이 아니더라도 조건이 맞으면 결혼해야 하는데 현실의 조건이란 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 과거의 관념에 묶여 있는 것이다.

조선시대의례(儀禮)-婦人有三從之義, 無專用之道, 故未嫁從父, 鬼魔從夫, 夫死從子.를 보면 '부인에게는 세 가지 따라야 할 사람이 있으니, 시집가기 전에는 어버이를 따르고 시집을 가선 남편을 따르고 지아비가 죽으면 아들을 따라야 한다' 라고 하여 여성의 삶을 남존여비(男尊女卑)의 현실로 보여줬다. 이러한 과거시대는 남자에게 종속된 여자가 능력 있는 남자를 만나는 것이 당연했다.

그러나 이젠 여성의 사회진출로 인하여 여성과 남성의 능력이 맞물려 돌아가는 세상이 아니던가. 이 시대 삼종지도(三從之道)란 남자는 결혼하기 전에 부모를 따르고 결혼하여선 아내를 따르고 아내가 죽으면 자식을 따라 산다는 유머스럽고 꿈같은 여성상위시대다. 그러니 이런 세태에 맞게 능력 있는 여성을 만나는 것이 남성의 결혼관일 수도 있는데, 대다수 여성들은 과거의 사회적 통념에 얽매여 자신보다 여러모로 잘난 남자를 만나길 여전히 꿈꾼다. 남녀의 세상이 변했는데 관념 속에 남아있는 여성성은 조금은 비겁한 것이 아닐까싶은 것이다.

이제 여자들은 과거의 남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먼저 프로포즈할 수 있다. 주변을 돌아보면 "사랑했지만 여자이기 때문에 말을 못했다"는 능력 있는 노처녀가 너무도 많다. "생각하면 괜찮은 남자였는데 나보다 학벌이 좀 모자라서, 나보다 수입이 좀 적어서 머뭇거리다 놓쳤다"는 여성이 너무 많다. 아무려나 사랑하고픈 것은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의 본능, 우리들 주변엔 결혼하고픈 남녀가 너무 많다. 능력 때문에 내 나라 남자들을 가난한 나라의 여성들에게 내어주고, 사랑도 모른 채 속절없이 나이 드는 여자들이 너무도 많다.

세계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여성들의 사회진출과 여성의 지위가 높은 세상이다. 보다 많은 여성들이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 되고 있다. 이즈음 여성들 스스로가 주도적으로 삶을 윤택하게 이끌어가는 능력이 있음을 스스로 인식하는 변화가 필요하다. 남자들이 무조건 여성을 행복하게 해 줘야 한다는 고전적인 사명감을 아직도 인생목표로 삼고 있다면, 남성들을 역할에 따라 부릴 수 있는 그것은 모든 여성들에게 더 없는 기회이다. 사회적인 지위가 상승한 여성들에게 더 이상 남자들의 보살핌이란 필요치도 않고 아쉬울 것도 없다면, 이젠 남성들에게 여자들의 보살핌이 필요한 세상이라고 여성들이 이해하자.

여성들이여 남자들에게 당당하게 프로포즈하라! 우리 모두의 행복에 사랑이 포함되는 이유는 사랑이 사람을 관대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사랑의 상태는 이 세상 그 어떤 것보다도 값진 것이다.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행복을 두 사람의 손안 가득히 잡히게 해 주는 힘이 있다. 여자들이여 프로포즈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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