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라는 선물
용서라는 선물
  • 이순희 <산남종합사회복지관장>
  • 승인 2012.04.16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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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이순희 <산남종합사회복지관장>

아침저녁으로는 아직 쌀쌀하지만 대지가 숨을 쉬기 시작하고 흙의 향내가 우리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오는 4월이다.

4월의 대지는 생명의 씨앗을 간직했다가 어김없이 입김을 불어내기 시작한다. 화사한 겨자색 꽃을 피운 산수유는 봄을 알리는 전령사이며, 가슴가득 꽃봉오리를 품고 있다가 어느 순간 활짝 피워내는 목련의 자태는 청순하기 그지없다.

봄기운 속에서 여기 저기 작은 풀꽃들이 다소곳하게 피어남을 보며 우리가 평소 보고 있으되 보이지 않았던 것이 아름답게 살아남을 느끼게 된다.

마음을 모두 비우고 고요히 들여다 보면 아무리 작은 것들이라도 고유한 생명을 드러내고 있음을 보게 된다.

자연은 누가 먼저라고 다투지 않으며, 순리대로 잎이 나며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 자연의 조화로운 이치란 참으로 오묘하기 그지 없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들은 자연의 이치를 순리대로 따르지 않고 서로 다투고 오해하며, 다른 사람에게 상처주면서 참 어렵게 살아간다. 중국 고전 채근담에는 잘한 일을 칭찬하지 않으면서 못한 일은 기를 쓰고 비난하는 세상인심을 평가하는 말이 있다.

'열 마디 말 가운데 아홉 마디가 맞아도 칭찬하지 않으면서 열 마디 가운데 한 마디 말이 맞지 않으면 곧바로 원망의 소리가 들려온다. 열 가지 계획 가운에 한 가지 계획이라도 실패하면 헐뜯는 소리가 곧바로 들려온다.

따라서 군자가 차라리 입을 다물지언정 떠들지 않고, 서툰 체 할지언정 재주 있는 체하지 않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처럼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며, 믿지 못하고 헐뜯고 시샘하여 서로를 힘들게 하는 일이 많음을 말한것이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며 내 스스로가 믿음이 없다면 모두를 믿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들에게 가장 어려운 일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용서하는 일일 것이다. 불완전한 인간이기에 우리는 용서를 구해야할 일이 많고, 또 용서해야 할 일도 많은 것이다. 그러나 용서가 그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우리 모두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용케 마음을 다잡고 어렵게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에서 겨우 이겨내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용서하고 나면 곧바로 또 누군가가 와서 가슴에 못을 박는다. 즉 용서란 끝없는 도전인 셈이다.

성서를 보면 그때에 베드로가 예수님께 다가와. "주님, 제 형제가 저에게 죄를 지으면 몇 번이나 용서해 주어야 합니까 일곱 번까지 해야 합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님께서 그에게 대답하셨다.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 라도 용서해야 한다. (마태 18장 21~22).

용서를 통해 가장 큰 이익을 보는 사람은 물론 본인 자신이다. 용서를 통해 자신이 자유로워지기 때문이다.

즉 용서는 내 마음의 자유를 위한 선물인 것이다. 그러나 말이나 글만큼 용서가 쉽게 되지는 않는다. 머리로는 명확하게 이해 할 수 있지만 일상의 생활 안에서는 적용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거리가 30센티미터 밖에 되지 않지만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는데 30년이 걸린 사람도 있다는 말이 있다.

용서는 내 자신을 편안하게 함으로써 새롭게 출발할 수 있게 하지만 용서는 하나의 과정이기 때문에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마하트마 간디는 '약한 자는 결코 남을 용서할 수 없다. 용서란 강한 자가 택할 수 있는 속성이다.'라고 하였다. 나보다 더 많은 아픔이 있는 이들을 생각하며 스스로 마음의 자유를 위해 과감히 용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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