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에서 모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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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상옥 <다정갤러리 대표·시인>
  • 승인 2012.04.10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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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박상옥 <다정갤러리 대표·시인>

자기 내면의 사찰을 해 보자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세상을 찾는데 있지 않고, 지금까지의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보는데 있다. 국민투표라는 큰 행사를 앞두고 사찰문제가 불거져 이구동성 말들이 많다. 사찰(四察,査察,使察,)이란 '조사하여 살피다. 살피되 사방을 잘 살피'라는 뜻이다. 그런데 작금의 사찰은 伺察(사찰), '몰래 엿보듯 조사하여 살피다'로 누구나가 인식한다는데 문제가 있다. '조사하여 잘 살피는 일'이 조사받는 이에게 득이 된다면 누구나 서로 사찰 받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러나 '몰래 엿보듯 조사하여 살핀다'는 것에 대하여, 개인 자존감에 상처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사찰은 '스토커'란 의미를 갖게 된다. 스토커는 '상대방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고의적으로 쫓아다니며 상대방에게 위협을 가하는'것이다.

사찰에 제일 많이 쓰이는 방법은 도청이다. 도청이란 몰래 듣는 것이고, 몰래 녹음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도청 역사는 동학 혁명 때 일본군이 도청기를 들고 와서 동학혁명 지도부의 작전 계획을 도청한 것이 시초로 알고 있다.

동학혁명은 1894년 당시 고부 군수 조병갑의 횡포와 착취에 농민과 동학도가 주동이 되어 부정부패 척결과 척왜를 주장하였던 혁명이었는데, 결과적으로 동락도 뿐 아니라 엉뚱하게도 숱한 양민들이 일본의 총탄 앞에 스러져야 했으니, 우리역사 맨 처음의 도청은 우리 국민과 영토를 유린하는데 쓰인 것이다.

그러나 좋은 의미의 사찰도 우리역사에 있었으니, 그것은 왕이 백성을 살피기 위해서 변복하여 직접 밤 나들이를 나가서 '두루 두루 사방을 잘 살펴보는' 암행(暗行)이었던 것이요. 지방을 돌면서 민정을 살피던 임시 관직인 '암행(暗行)어사'제도가 있었던 것이다. 당시 지방행정의 감찰은 사헌부의 임무지만 교통과 통신수단의 불편으로 지방관의 악정을 철저히 적발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따라서 국왕이 비밀리에 어사를 임명하여 각 지방에 파견하여 변복을 하고 비밀감찰이나 사찰의 임무를 맡게 하였으니 암행어사 제도가 있었다는 것은 임금이나 정부의 어진 마음이다. 그마저도 정권다툼과 비리가 있어 결국엔 폐지되었다고 하나 백성으로선 고마운 일이었을 테다.

무엇보다 현실의 사찰이란, 사찰하는 자신들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아예 막아버리겠다는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믿어버리는데 있다.

그러한 인식의 사찰은 독재국가에서 흔히 보는 통제의 수단으로서 애초에 목적인 '공직자 기강업무'와 전혀 다르게, 정권을 지키기 위한 사찰이다. 나아가 사찰을 이용한 정적제거는 물론 권력을 가진 자, 권력을 못 가진 자 사이의 끝없는 투쟁을 야기시키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믿는 것이다. 우리가 무서운 것은 공산주의자들이나 독재시대가 저질러왔던 최악의 인권유린 사태나 행위를 우리자신도 모르는 채로 '우리도 그들처럼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세계역사상 민주주의 선두라는 미국에선 1972년 대통령탄핵심판이라는 초유의 사건 '워터게이트사건'이 있었다. 이것은 미국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상대민주당을 도청하고 선거를 방해하는 등 닉슨대통령의 재선을 위한 비밀공작원들이, 워터게이트빌딩에 있는 민주당 사무실에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적발된 사건이다. 결과적으로 사건과의 관계를 전면 부인하던 닉슨대통령은 그로부터 2년 뒤 대통령을 사임하게 되고, 미국역사상 가장 실망스런 대통령, 거짓말쟁이 대통령으로 남아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아무리 좋은 의미로 만든 기관이라도 남용할 수 있는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사찰이며 암행이며 도청인가를 따져서 그것을 없애버리는 세상을 만드는데 목적을 두지는 말자. 이 모든 것이 정치의 속성임을 냉정하게 인식하고 새롭게 개선하려는 눈으로 바라보자. 선거가 코앞이다. 어떻게 선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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