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 최지만 <서부종합사회복지관 서비스지원 1팀장>
  • 승인 2012.03.26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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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최지만 <서부종합사회복지관 서비스지원 1팀장>

겨우내 꽁꽁 얼어붙은 땅에서는 새싹이 조심스레 얼굴을 내밀고, 겨울잠을 자던 나무에서는 꽃망울이 발그레 돋아나며 봄기운을 알려준다.

그러나 아직은 꽃샘추위로 바람 끝자락이 차갑고 매서워 봄을 온전히 느끼지 만은 못한다. 그래도 꽃샘추위가 있기에 따듯한 봄이 더욱 기다려지고 아름다운 봄꽃들을 볼 수 있다는 설레임으로 이 꽃샘추위의 시간이 나쁘지만은 않다.

봄은 점점 우리들 곁으로 다가오고 있는데 우리 아이들에겐 꽃샘추위보다 혹독한 추위가 떠나갈 줄을 모른다. 대구의 한 중학교에서 일어난 학교폭력 사태를 시작으로 최근 맞짱카페 논란까지, 여기저기 하루가 멀다하고 들려오는 학교폭력관련 기사에 학교사회복지 담당자로서 형언할 수 없는 참담함이 느껴진다.

언제쯤 우리 아이들에게도 따스한 봄이 찾아올까. 도대체 우리 아이들이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 안에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함께 하는 것은 무엇일까 한참 고민하던 중에 창가를 통해 들려오는 소리가 미소를 번지게 했다. 바로 웃음 가득한 소리 가운데 들려오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였다. 유년 시절 동네 친구들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던 추억의 놀이라고 생각했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 소리가 들려 신기한 마음에 하던 일을 멈추고 자연스레 창가로 발걸음을 향했다. 혼자하는 것이 익숙해서 함께하는 놀이문화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맘껏 웃으며 행복해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면서 조금씩 따스한 기운이 느껴졌다.

이 아이들의 모습 가운데서는 신체적 폭력, 언어적 폭력, 집단따돌림 같은 학교폭력이란 말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성적 위주의 경쟁적인 교실을 만들어 놓고, 우리 아이만 아니면 된다는 불편한 보호 가운데, 친구와 더불어 노는 시간을 허락하는 것 대신 최신형 디지털 기계를 사주는 것이 훌륭한 부모의 역할인 듯 아이들을 보호하는 환경에서 매서운 학교폭력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어른의 시각으로 학교폭력을 바라보고 가해자, 피해자로 구분하여 처벌과 선도라는 기준으로만 학교폭력을 해결하려고 한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

가해자도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도 가해자가 되는 학교폭력의 현실에서 가해자, 피해자가 아닌 모든 아이들이 학교폭력이라는 매서운 추위에서 안전하게 보호받기 위해서는 모든 아이들을 감싸안는 마음 안에서 출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그 출발선에서 학교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의 문제를 먼저 보기보다는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환경체계 안에서 해결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 학부모, 교사, 지역사회 아동·청소년 관련기관의 다양한 전문가들이 협력하여 개입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 내 네트워크를 활성화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공동체적인 여가·문화를 형성하기 위한 청소년 여가·문화 활동 지원이 더욱 활성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먼저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자연스레 경험하며 행복하게 봄을 맞이할 수 있도록 바쁜 아이들에게 시간을 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번 주말 아이들과 함께 눈을 맞추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추억의 놀이로 행복한 봄을 기다려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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